[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김 전 실장은 특검 수사가 “자신을 표적으로 한 부당한 수사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두 사람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수의 대신 검은 색 양복을 차려입은 채였다. 왼쪽 옷깃에는 수감자 번호가 적힌 배지를 달았다. 김 전 실장은 입매에 힘을 준 채 재판 내내 정면을 바라봤다. 수척한 모습의 조 전 장관은 피고인석에 착석한 뒤 재판장을 응시했다.
재판장이 현재 직업을 묻자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각각 ‘무직’, ‘직업이 없습니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김 전 실장 측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이 사건은 특검 수사대상도 아니고 공소제기할 권한도 없다”며 “특검이 김 전 실장을 표적으로 부당한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과 김 전 실장 측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행위가 범죄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 등의 범죄 사실을 설명하며 “공공재 성격을 가지는 연간 2000억 여원의 보조금을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하고 문체부 공무원들을 편파적 정파 성향을 갖는 정치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국정농단 범죄”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피고인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반하는 세력에 대한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이념 투쟁 구도는 명백한 허구”라며 “박 전 대통령의 반대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배제한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이념이 아닌 정파적 이유로 배제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전 실장 측은 “좌편향된 문화예술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사이비 예술활동에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데 문제점을 제기한 것 뿐”이라며 “리스트 작성이나 집행과정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활용이 김 전 실장의 직권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 됐다. 김 전 실장 측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의사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거나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활용한 일련의 사태가 상급자의 지시를 전달했을 뿐 자신의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재판 말미 조 전 장관은 직접 발언권을 얻어 “지금까지 저에 대해 깊은 오해가 쌓여있던 것 같다”며 “제가 겪은 모든 일을 소상히 밝히고 성심껏 변론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