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대검차장 등과 하루 수십차례씩 통화 기록 법조계 “수사 신뢰 어려울 듯”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김수남(58ㆍ사진) 검찰총장, 김주현(56)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영렬(59)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51) 법무부 검찰국장과 잦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져 의혹이 일고 있다. 정부의 사정기관 담당 고위 공직자와 검찰의 핵심 인물들이 수사를 앞둔 전후 하루에 많게는 수십번 통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3일 특검과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우 전 수석은 지난해 8월 16일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17분간 통화했다. MBC가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감찰’ 누설 의혹을 보도한 직후다. 우 전 수석은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기 직전 MBC의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같은 달 23일 우 전 수석은 김 총장에게 다시 전화를 해 20분가량 통화했다. 이 날은 우 전 수석과 이 전 감찰관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날이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을 압수수색하기 사흘 전인 같은 달 26일에도 우 전 수석과 김 총장이 10여분간 통화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해 대검찰청은 “총장이 직접 전화한 게 아니라 전화가 민정수석실에서 먼저 걸려와서 받은 것이다. 법안 논의 등 업무 관련 통화였지 우 수석 수사 관련 통화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김 총장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6차례 먼저 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기간 김 총장과 우 전 수석의 전화 통화는 20여차례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우 전 수석과 통화를 한 것 같다”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대검찰청 2인자인 김 차장검사와도 자주 통화했다. 이 전 감찰관이 우 전 수석 가족기업 정강에 대해 수사의뢰를 한 지난해 8월 18일 우 전 수석은 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11분가량 통화했다. 이날은 또 우 전 수석의 처가 땅을 차명 보유한 이모 씨를 검찰 특별수사팀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 한 날이기도 하다. 김 차장검사 측은 “통화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진경준 검사장 사건’ 등으로 검찰 개혁 이슈가 불거졌을 때라 관련된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특검은 또 우 전 수석이 지난해 10월 25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은 최순실(61ㆍ구속기소) 씨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다음날이다. 이 지검장은 우 전 수석과 통화하고 이틀 뒤인 27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전담하기 위해 출범한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우 전 수석은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도 잦은 통화를 했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 1000여차례나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많을 때는 하루 수십차례에 달했다. 검찰국장은 검찰의 인사, 예산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의 요직으로 꼽힌다. 안 국장은 “당시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전화 통화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우 전 수석과 정부의 검찰 담당 고위공무원, 검찰 고위 인사들이 수사기간에 수천회씩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이어받아 다시 수사를 시작하는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그 어떠한 수사 결과를 내놔도 국민은 믿지 못할 것”이라며 “논란이 되는 검찰 수뇌부들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우 전 수석 수사팀인 특별수사본부가 새로 사건을 맡아선 안되고, 새로운 수사팀을 구성해 인적 쇄신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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