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ㆍ유재훈 기자] 연초부터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1월에 2.0% 급등했던 소비자물가가 2월에도 1.9%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월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채소와 달걀 등 신선식품에 이어 지난달에는 석유류 가격이 5년3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으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국제유가가 지난해 후반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쉽게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침체한 상태에서 물가가 오르면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약화돼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경기침체 속에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자 할인행사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소비자들. [사진=헤럴드경제DB]
경기침체 속에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자 할인행사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소비자들. [사진=헤럴드경제DB]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1.9% 올랐다. 소비자물가(전년동월대비)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0%대의 낮은 상태를 유지하다 9~12월에 1.3~1.5%로 한단계 뛰어올랐고, 올들어서는 2% 안팎의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올 1월에는 4년3개월만에 처음 2%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에는 신선식품의 물가 급등세가 한풀 꺾였지만 유류와 공업제품ㆍ서비스 물가가 크게 오르며 물가상승세를 주도했다.

신선식품 물가는 1월 12.0%에서 지난달 4.8%로 둔화됐으나, 공업제품 물가는 지난해 12월 0.6%에서 올 1월 1.6%, 지난달에는 2.4%로 껑충껑충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에다 기업들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탓이다. 서비스 물가도 2.1% 상승세를 보였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석유류 가격이다. 석유류는 석유화학 업종은 물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비용 등 전체 물가에 대한 파급력이 커 물가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석유류는 지난달 13.3% 뛰어오르며 2011년 11월(16.0%) 이후 5년 3개월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경유가 18.5% 급등했고, 휘발류(12.4%)와 등유(12.3%)도 두자릿수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같은 고물가 행진 속에 안팎에서 ‘스테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선 이에 맞설 처방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고삐풀린 물가를 잡는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초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재개했다. 지난 2015년 1월 이후 2년만의 부활이었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행진이 심상찮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이후 정부는 3일 개최된 회의까지 석달간 총 9차례에 걸쳐 물가 대책 논의를 위한 범부처 장ㆍ차관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놓은 대책들은 주요 가격인상품목의 정부 비축 물량 확대, 시장점검 강화를 통한 가격인상 억제 등이 대다수였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계란파동’, 국제유가 상승 등 직면한 물가상승 요인에 대한 ‘대증요법’에 집중된 것이다. 최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소류 가격급등의 원인을 “수급예측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 탓”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농산물 가격 오름세를 방치하고 있다가 설 명절이 임박해서야 방출물량을 쏟아내는 등 대책을 마련한 정부의 대응에 일침을 놓았다.


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