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내가 만든게 최고” 자사품 즐겨 ②긍정 마인드 갖고 도전하는 삶 ③젊은이 못잖은 열정·규칙 생활
‘100세까지 건강하게.’
상투적인 광고 표어가 아니다. 식품업계 회장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삶의 지침이자 실천서다.
식품업계는 유독 장수 오너들이 많다. 올해 상수(上壽ㆍ100세)를 넘긴 정식품 명예회장 정재원(1917년생ㆍ101세) 의학박사를 비롯해 한국야쿠르트 윤덕병(1927년생ㆍ90세) 회장, 농심 신춘호(1932년ㆍ85세) 회장, 동원그룹 김재철(1935년생ㆍ82세)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장수비결 하나, 내가 만든게 최고라는 식품 철학=너무도 당연한 말일까. 장수 오너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내가 만든 제품을 먹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만든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이자, 한평생을 식품에 바친 신념이기도 하다.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은 하루 3팩씩 식전에 꾸준히 ‘베지밀’ 두유를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에게 “식물성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신체가 자생 능력을 발휘해 질병 고리가 끊긴다”며 식물성 식품의 홍보를 적극 나선다고.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도 매일 발효유를 챙겨 마신다. 지난 1971년 출시한 65ml 야쿠르트를 지속적으로 마시며 장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인스턴트의 대명사’ 라면을 평생 먹고도 누구보다 건강하다. 신 회장은 농심 ‘둥지냉면’과 ‘육개장’을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번씩 꼭 먹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또 백두산 청정원시림에서 취수한 ‘백두산 백산수’를 보약처럼 마신다.
과거 직접 참치잡이에 나섰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여전히 참치를 가장 좋아한다. 고단백 저칼로리에 오메가3나 셀레늄 등의 영양소를 갖춘 참치를 으뜸으로 친다.
▶장수비결 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들은 삶의 변화에 적극적이었던 도전가들이다.
1937년부터 소아과 의사로 재직했던 정재원 명예회장은 많은 유아들이 모유 및 우유 속에 들어있는 유당 성분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유당소화장애)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들에게 영양을 제공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베지밀(Vegemil)을 탄생시키고, 1973년 두유전문회사 (주)정식품을 설립했다.
신춘호 회장은 공장에서 가마니를 깔고 자며 4.5톤 트럭 80대 분의 밀가루를 사용한 끝에 1972년 새우깡을 개발한 일화로 유명하다. ‘신라면’도 신 회장의 뚝심에서 탄생했다. 1986년 “매운맛이 너무 강해 상품화가 어려울 것 같다”는 개발팀의 우려에도 신 회장은 “신라면의 가장 매력은 독특한 매운맛”이라며 출시를 밀어붙였고 오늘날 누적매출 10조원 신화를 이뤘다.
윤덕병 회장은 1963년 ‘우유 소비량’에 주목했다. 당시 정부 축산진흥정책에 우유 생산량은 늘었지만 처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원유가 남아 돌았다. 그러던 중 윤 회장은 일본에서 유산균 발효유를 접하고 일본야쿠르트의 기술 도입에 나섰다. 1971년 경기 안양에 국내 최초의 발효유 공장인 안양공장을 완공,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를 세상에 선보였다.
김재철 회장은 23세이던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指南號)의 실습 항해사로 참치잡이를 시작했다. 그는 파도를 두려워않는 타고난 모험가였다. 20대와 30대 초반에 걸쳐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캡틴 김(Captain Kim)’으로 명성을 날린 그는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 1982년에는 국내 최초로 참치캔을 개발했다. 1982년에는 한신증권(한국투자증권ㆍ현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며 재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이후 세계 최대 참치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인수했고 테크팩솔루션, 동부익스프레스를 차례로 인수해 수산업-종합식품-종합포장재-물류 등 4대 축을 이뤘다.
▶장수비결 셋, 규칙적인 생활과 공부=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몸은 쇠했어도 열정만큼은 청년못지 않다는 점이다.
정재원 명예회장은 아직도 중앙연구소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자택에서 만난다. 건강식품 콩과 두유에 대한 최신 연구 트렌드와 자체 연구결과에 대해 회의를 진행한다. 또 그는 콩과 영양에 관한 최신 국내외 논문을 찾아 읽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EBS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는 걸로 전해졌다.
윤덕병 회장은 요즘도 매일 잠원동 본사로 출근해 도장을 찍는다. 10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는 오차없는 생활이다. 그는 각종 장학사업과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를 40여년간 후원해오고 있기도 하다.
‘마음을 비워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온다’는 신념을 가진 신춘호 회장은 산책과 운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몸의 순환 다음에는 명상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고 한다.
김재철 회장도 매일 동원그룹 본사 회장실을 출퇴근하며 각종 보고를 받고 사안을 결정한다. 김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문사철600’(문학 300권ㆍ역사 200권ㆍ철학 100권)을 강조하며 전사적인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바다 위에서 온몸으로 쌓아온 경험과 끊임없는 학습으로 축적된 지식도 직접 전한다. 김 회장은 임직원 앞에서 두시간 이상의 강연도 쉼없이 진행할 정도로 정정하다.
김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