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회장 구속땐 경영 올스톱 재계 “증거인멸 우려없어 신중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16일 삼성그룹에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창업 이래 처음으로 경영권을 가진 오너가 영어의 몸이 될 수 있는 만큼 삼성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력을 다했다.

16일 이 부회장은 지난달 18일에 이어 29일만에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다시 받았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7일 서초사옥에서 법무팀 등과 심사 준비로 하루를 보냈다. 200여명에 달하는 미래전략실 임직원들도 비상근무 태세다. 삼성 전계열사 임직원들의 시선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온통 심사 결과에 쏠려있다.

삼성을 둘러싼 위기감은 지난달 1차 영장실질심사 당시보다 고조돼있다. 이 부회장이 처한 상황은 지난달보다 좋지 않다. 특검은 기존에 적용했던 뇌물공여 등 3가지 혐의 외에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을 추가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새로운 사실관계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죄명만 추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사정기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한 이 부회장을 구속해 방어권을 제약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 삼성 측 입장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수 유고사태를 겪게 된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수사 당시에도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위기에 놓이면서 삼성의 인사 및 투자, 사업 재편 등 전반적인 경영활동은 올스톱될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해왔다. 당장 삼성전자가 9조원을 투자한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의 M&A에도 변수가 커졌다. 하만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시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삼성전자와 합병안을 의결한다. 일부 주주가 합병 반대 소송을 제기한 와중에 M&A를 주도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최종 계약 성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게자는 “본류에서 벗어난 특검 수사로 삼성의 기업이미지와 신뢰도 등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대기업 총수에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인신의 구속 여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