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지금의 군사계획은 계획일 뿐” -한 장관, 북극성2호 신형무기로 평가 -고체연료로 발사시간 빨라졌지만 “킬체인 무력화 안됐다” 강조 -납득 어려운 ‘근자감’이라는 비판 나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전쟁나면 어떻게 되는지 압니까? 지금까지의 모든 (군사) 계획들은 계획일 뿐, 계획과는 전혀 다른 실제 전쟁에 돌입하게 되죠. 지금의 계획은 사실 전쟁이 나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국방부에서 근무한 한 현직 군인의 이야기다.
평시에는 전시를 철저히 대비하되,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 그 계획을 뛰어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을 창조적으로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지금의 군사 계획에 대해 군 당국 스스로 어떤 확신이나 자신감을 갖고 단언하기엔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기 때문에 확신적 표현은 적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14일 북한이 발사한 북극성2형 미사일에 대해 북한의 신형 무기로 평가하면서도 “우리 군의 킬체인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있게 단언해 오히려 국민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민구 장관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킬체인은 북한의 도발 원점에 대해 선제타격하기 위한 우리 군의 일종의 선제공격 시스템이다. 킬체인의 생명은 신속한 대응 능력이다.
북한의 주요 미사일 기지를 평시에도 샅샅이 들여다보다가 이상 조짐이 있으면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즉시 정밀타격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북한이 이번에 북극성2형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우리 킬체인 시스템 능력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북극성2형의 발사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확인돼 과연 이를 발사하기 전 우리 킬체인이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
한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극성2형은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1호에서 진화한 지상용 미사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앞으로 이 미사일에 대해 별도의 미사일 분류 넘버를 붙여 북한의 새로운 무기로 분류, 관리할 예정이다.
군은 북극성2형에 대해 SLBM용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시간을 줄이고 궤도차량에 실어 발사지점을 다각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북측은 북극성2형 개발로 우리 킬체인의 탐지자산으로부터 회피 가능성을 높이고 선제공격당할 위험성도 줄인 것이다.
당연히 지금 우리의 킬체인으로 북극성2형을 막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
그러나 한 장관은 “킬체인을 계획하는 과정에 연료 주입에 걸리는 시간은 이미 감안돼 있다”며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변화됐다고 해서 킬체인이 무력화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사일 종류와 관계 없이 한반도 작전권 안에 들어오는 미사일을 방어하는 데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장관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킬체인이 무력화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연 국방부 장관으로서 “킬체인으로 북극성2형을 막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액체연료를 쓰는 북한의 기존 미사일은 발사 준비에 30~60분이 걸린다. 그러나 고체연료로 바꾼 신형 미사일의 발사 준비에는 10분 정도가 걸린다.
반면, 우리 킬체인은 탐지에 1분, 식별 1분, 선제타격 결심에 3분, 실제 선제타격 25분 등 30분 안에 작전이 실행된다. 결심 과정이 길어질수록 대응 속도는 더 느려진다.
북한 고체연료 신형 미사일 개발에 따라 우리 킬체인이 완전히 무력화가 된 건 아니지만, 북한 미사일 도발원점 선제타격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킬체인은 최첨단 탐지자산과 제어시스템, 정밀타격용 미사일로 구성된다.
올해에만 킬체인과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시스템: 미사일 발사 후 요격 시스템) 예산으로 약 1조7000억원이 책정됐고, 킬체인과 KAMD를 구축하려면 약 17조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식적으로 킬체인 본연의 기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서 한민구 장관이 ‘킬체인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아무리 외쳐봤자 의문과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킬체인은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한 장관의 해명성 발언을 믿을 별다른 근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많았던 방산 비리에 지친 국민들은 한 장관의 ‘근자감’스러운 주장에 대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킬체인 구축사업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만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