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직접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비극적이다”영화 ‘눈길’은 일제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루고 있다. 13일 오후 광진구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시사회 이후 현장의 분위기는 역시나 숙연했다. 영화에서 위안부 소녀 역을 맡은 배우 김향기와 김새론은 연기를 통해 그 아픔을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서인지 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미성년자 배우들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다. 김향기는 “물론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역사적인 사실을 담고 있을뿐더러 조심스러운 이야기기 때문”이라면서도 “굳게 마음을 먹고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새론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이며 누군가는 표현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김향기는 출연 결심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촬영 당시 “마음 편히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미성년자 배우인 김향기과 김새론에 대한 배려, 실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는 배려에서 비롯됐다.

김향기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무섭게만 표현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느껴져 그 아픔이 더욱 가슴 깊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걸 내가 표현했을 때 (관객들이)더 알아주시고 기억해주시고, 조금이나마 피해자 분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나정 감독은 “배우들이 미성년자여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촬영할 때 미성년자 배우가 성적인 폭력이 담긴 장면을 찍을 때 상처받지 않고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며 “촬영할 때 가해자인 일본 군인과 피해자인 미성년자 배우들이 한 공간에 있지 못하도록 분리해서 촬영했고 성적으로 관련된 소품을 직접적으로 접하지 못하게 했다”고 촬영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우에 대한 배려는 곧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향한 배려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며 “영화적인 볼거리로 표현되는 것은 살아 계신 피해자 분들에게 또 하나의 폭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 장면이 없어도 충분히 비극적으로 표현이 가능했다”고 했다. 어린 배우들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역사적인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김새론은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작품이 끝나고 나니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고 쉽게 지나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김향기 역시 “작품 촬영을 함으로써 역사의식이 조금 더 깊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며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실제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많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학교 친구들과 나눔에 참여했다”고 밝혀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눈길’은 위안부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개봉한 ‘귀향’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이 감독은 “2013년부터 작품을 준비하며 관련 작품을 많이 봤다.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 가지고 진정성 있게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에 오히려 힘이 됐다”고 밝혔다. 한편 두 소녀가 열연을 펼친 '눈길'은 오는 3월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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