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風 북촌과 달리 서민촌 낡은 한옥마을 청년창업 몰려 추억의 거리ㆍ관광지 급부상 임대료 상승, P2P 투자사례도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골목이 서울의 지도였던 때가 있었다. 모퉁이집, 끝집 같은 이름은 골목의 이정표였다. 아파트 단지에, 예쁜 이름의 대로에 지도의 굵은 글씨를 내준지 오래지만 서울 한복판에 골목을 간직한 동네가 남아 있다. 보존이라기보다는 방치됐다고 표현해야할 빛바랜 한옥이 전통과 낡음의 경계에서 사람들을 맞고 있다. 종로구 익선동이다.

번듯한 양반집을 떠올리는 북촌과 달리 일제시대 서민을 위한 개량형 한옥이 들어선 익선동은 작고 싼 집을 찾아 모여든 저소득층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2004년 재개발이 가능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집주인들이 최소한의 보수만 해온 탓에 빈민가처럼 낙후됐다.

그런 익선동에 젊음이 싹튼 건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이태원과 홍대 등의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젊은 사장님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4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해체되면서 10년을 끌어온 재개발이 무산되자 집주인들도 제돈을 들여 낡은 한옥을 고쳐 장사를 하겠다는 임차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카페와 아담한 레스토랑 등이 속속 들어섰다. 북촌을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한옥에 대한 관심이 북촌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익선동 한옥마을까지 퍼진 것이다.

낡은 담벼락 틈틈이 자리한 카페와 레스토랑에 젊은이들이 찾아오면서 익선동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낡은 담벼락 틈틈이 자리한 카페와 레스토랑에 젊은이들이 찾아오면서 익선동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10년 넘게 익선동에서 살았다는 이모 씨는 “다 쓰러져가고 좁은 저 집들에서 무슨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그런 불편하고 낡은 걸 요새 젊은 사람들은 즐기더라”고 말했다.

50㎡(약 15평)도 되지 않는 작은 한옥이 늘어선 익선동에는 평일 낮에도 삼삼오오 모여든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추억에 빠져든 중년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도 유입되고 있다. 사람이 모이니 자연스레 상권도 활기다. 종구3가역 4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연결되는 수표로28길을 중심으로는 북촌이나 서촌 부럽지 않은 상권이 형성됐다.

임대료도 뛰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수리가 안 된 독채를 통으로 임대하는데 예전에는 월세 70~80만원에 내놓아도 안 나갔는데, 이제는 150~200만원은 간다”고 말했다.

아직 권리금이 형성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 한 푼 안 받고 그냥 비킬 사람은 없을 것이란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익선동은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하고 있어 본격적인 신축이나 증축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서울시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익선동을 북촌 같은 공식 한옥마을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권활성화로 인한 상업시설 확산이 임대료를 끌어올려 기존 임차인은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P2P(개인 대 개인)를 통해 낡은 한옥을 개조, 수리한 뒤 임대료 상승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방안이 활성화되고 있다.

‘익선다다’라는 프로젝트팀은 익동다방을 시작으로 상가를 기획ㆍ운영한데 이어 최근에는 ‘익선동 한옥클럽’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익선동의 젊은 상인들이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 젠트리피케이션 걱정 없이 장사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익선다다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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