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발길 끊기면서 온갖 생각들 -“구제역 악순환 너무도 안타까워” -“사람 마음 각박해질까 그게 걱정” -“단골장사여서 가격도 못올려요”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구제역이요? 자영업자가 다 떠안고 가는 겁니다. 당장 우리집 장사도 걱정이지만, 더 큰 걱정은 이 나랏꼴이에요. 언제쯤 시국이 안정될런지…. 답답합니다.”

을지로 4가. 한우전문 고깃집 ‘삼영’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준(48) 씨의 한숨은 깊었다.

지난 11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점심 장사를 끝낸 가게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7년 전 구제역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집은 단골장사로 먹고 사는 집인데도 구제역이 터지면 매출이 40%나 뚝 떨어져요. 2010년 구제역 때는 12월 대목에 한달 내내 거의 놀았습니다. 그땐 정말 가게 문 닫을 뻔했죠.”

최 씨의 가게 유리에는 ‘횡성한우 특수부위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강원도 횡성은 2010년 12월 구제역이 창궐해 한우 4660마리와 젖소 667마리, 돼지 6만 8190마리 등 농민들이 자식 같이 키운 가축 8만여 마리가 땅에 묻힌 곳이다.

삼영은 1983년 개업했다. 최 씨의 어머니가 첫 손님을 맞은 후부터 이곳은 35년째 광장시장과 방산시장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 했다. 깐깐한 시장 상인들의 입맛을 맞추고 아낌없는 인심을 나누며 동고동락했다. 그래서 뜨내기 손님이 거의 없다. 광장시장 안 포목가게의 빈 칸이 늘어났어도 이곳 만큼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 역사의 흔적같은 가게도 구제역이 터질 때마다 눈물 짓는다.

“구제역이 터지면 고기가 부족해지고 한우 가격이 폭등해요. 찝찝하니까 손님들 발길은 줄고 매출은 적어집니다. 메뉴 가격을 올리냐고요? 저희 단골장사에요. 수십년 얼굴 보고 산 상인들 모임도 많고요. 장사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격 올리는 거. 그거 그렇게 쉬운 일 아닙니다. 작년에는 한우값이 세 번이나 크게 올랐지만 우리집 가격표는 그대로였어요. 제발 나라에서 구제역을 빨리 잡아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9일 한우 등심 평균 소비자가격은 1㎏에 7만8017원으로 전날보다 2085원 올랐다. 10일에는 277원 올라 7만8294원을 기록했다. 한우값이 심상치 않게 뛰고 있는 모양새다. 향후 구제역이 더 퍼지면 쇠고기 가격도 오를 수 있다. 공급이 줄어 원재료값이 오르는데 소비자들의 발걸음 마저 끊어지면 한우 취급 상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저희가 쓰는 한우는 3년간 키운 소에요. 이때가 육질이 가장 좋습니다. 미국산ㆍ호주산은 18~20개월만에 잡아서 들여옵니다. 한우 원가가 100원이라고 치면 수입산은 30~60원이에요. 이번 구제역으로 소들이 살처분되면 송아지들을 3년이나 키워 시장에 내야하는데, 그 사이 가격 안정은 쉽지 않을 거고…. 악순환입니다.”

‘장사 하루이틀도 아닌’ 최 씨의 진짜 걱정은 구제역만이 아니었다.

“나라가 너무 어지러워요. 이렇게 시국이 어수선하면 사람들 마음도 각박해집니다. 하루빨리 정권이 정리되고 나라가 안정됐으면 좋겠습니다.”

13일 오전 7시 현재까지 전국 구제역 확진 농가는 모두 6곳으로 늘었다. 지난 5일 충북 보은 젖소농장(4건)을 시작으로 전북 정읍 1건, 경기 연천 1건 등 모두 6곳의 농장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매몰 처분된 소도 1000마리를 넘어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3일까지 전국 소 330만 마리 중 접종 후 4주가 지나지 않았거나 2주 이내 출하 예정인 소를 제외한 283만 마리를 대상으로 긴급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방역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제역은 퍼져가고 있다. 지금 자영업자들은 떨고 있는 소 만큼이나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