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관능적인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유화 습작이 이스라엘 박물관에 팔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스라엘 박물관이 클림트의 유화 습작 ‘의학’(Die Medizin)을 사들였다고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매매 가격은 비공개에 부쳐졌지만, 작품의 희소성을 고려할 때 거액에 팔리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클림트 작품 중 역대 최고가는 1억 3500만달러(1377억원)에 달한다.

이 작품은 클림프가 1894년 오스트리아 문화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빈대학교 대강당 천장에 장식한 유화 연작 ‘의학’, ‘철학’, ‘법학’을 위해 1897~1898년에 그린 밑그림이다.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기 직전 나치 친위대(SS)가 세 작품을 모두 파괴함에 따라, 이 연작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이 됐다.

작품의 전면에 고대 그리스 시대 건강을 관장하는 여신 ‘히기에이아’(Hygiea)가 등장하며, 그 뒤로 소용돌이에 휘말린 나체의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1901년 ‘제10회 빈 분리파’ 전시회에서 공개되자마자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히기에이아가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느낌을 주는 구도 역시 비판의 대상이었다.

결국 빈대학교는 이 연작 작품을 천장 장식화로 쓰겠다던 처음의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연작 세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이 난 뒤 오스트리아 남부의 한 성에 보관됐다가, 나치에 의해 ‘의학’ 습작을 제외하고 모두 소실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 뒤 이 습작은 클림트의 후원자이자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사촌인 헤르만 비트겐슈타인이 보유하고 있다가 이번에 그의 후손이 이스라엘 박물관에 판매한 것이다.

‘의학’의 거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작품의 희소성을 감안할 때 거액을 예상하고 있다. 소실된 연작 중 유일하게 남은 습작일 뿐만 아니라, 신바로크파와 분리파의 색채가 적절하게 융합된 작품이어서다.

이스라엘 박물관의 제임스 스나이더 관장은 “19세기 정신을 압축해놓은 상징적 작품”이라면서 “20세기 초 미술사조가 급변하는 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클림트 작품 중 역대 최고가는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06년 경매에서 1억3500만달러(약 1377억2700만원)에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