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그룹 수뇌부에 대한 특검 수사로 인한 경영공백이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 인수합병(M&A)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만 인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내놓은 첫 작품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해외 기업 M&A 계획은 총 7건. 그 중 80만달러(약9조6000억원)에 이르는 하만 인수는 국내 기업이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당초 삼성은 올해 3분기까지 인수를 끝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일부 대주주가 반대의사를 밝힌 데 이어 소액주주까지 합병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인수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따르면 하만 주주들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최고경영자(CEO) 등 이사진이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로버트 파인을 대표로 한 주주들은 소장에서 하만 이사진이 회사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조건을 감수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사의 협상 과정이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와 협상하면서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만은 삼성전자와 독점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이를 종료할 경우 2억4000만달러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만의 주요 주주인 한 미국계 헤지펀드도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로 주총서 찬반 투표 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만의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지난해 11월 14일 발표됐다. 엄밀히 말하면 양사이사회 간 합의이기 때문에 피인수기업인 하만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만 주주들이 합병에 잇따라 문제제기하면서 양사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신성장사업을 확보하면서 사업구조재편을 하는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M&A를 주도한 이 부회장이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와 소환 조사로 인해 하만 사태를 직접 수습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특검수사에 발이 묶인 여파가 그룹 경영 전반에 확산되는 것이다. 재계는 하만 인수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다른 M&A과 계열사 합병과 매각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는 발표 당시 삼성의 전장 사업 진출, 그룹의 신성장사업 창출 면에서 이 부회장의 승부수라는 해석이 많았다”며 “국내 기업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인 하만 인수가 이 부회장 본인의 검찰 수사 문제와 얽히면서 난관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