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정부의 이번 ‘8ㆍ25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가 정책 목표인 가계부채는 못잡고 오히려 내수를 지탱한 부동산 시장 발목만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특히 정책 발표를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수치가 나오는 날 맞춰 발표하는 등 면피식 대응을 하려다 설익은 정책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후속조치의 핵심 내용은 바로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 단체로 받는 집단대출에도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은 대출 시 소득 증빙 자료를 제출해 차주의 상환능력 내에서 빌린 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권은 지난 2월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으려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집단대출은 분양시장 동향과 같이 움직이는데 분양시장이 하반기 들어 어떻게 될지에 의견이 갈린다”며 집단 대출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집단 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섣불리 규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를 잡으려다 내수의 버팀목인 부동산시장을 냉랭하게 할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증가세가 둔화된 일반 주담대출과 달리 집단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수개월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서만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집단대출 전체가 아니라 잔금대출에만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시장의 영향이 적을 것이라 보고 있다. 아파트를 신규 분양받을 때 계약금을 낸 뒤 통상 집값의 60~70%의 중도금 대출을 받는데, 이 대출은 만기가 2년 이내로 짧고 보증부대출이라 분할상환 등이 핵심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대출 상한액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분할 상환으로 갚자는 것”이라며 “주택시장의 영향을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도금 대출은 보통 입주 후 잔금대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은행 입장에선 중도금 대출을 할 때 이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도금 대출 때부터 소득증빙 자료 등을 요구하는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보통 실수요자라도 서민들이 100% 자신의 돈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없는 만큼 이번 대책으로 투기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인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관련 규제는 손도 대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 한국의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현재 60%인 DTI 수준을 30~50%로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DTI와 LTV를 이전 수준으로 환원해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권의 DTI 평균이 30%대로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관련 규제를 개선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경기 악화 및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급증할 수 있는 한계 차주에 대한 대책도 미흡했다. 고작 연체 후 담보권 실행에 대한 유예를 은행에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등 담보권 실행 관행을 일부 개선한다든가 프리워크 아웃 활성화 방안 등 상식적인 내용에 그쳤다.
정부 대책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금융위는 8월 가계부채 대책에 이어 11월 후속대책 발표를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가 나오는 날 발표했다. 특히 이번 3분기 가계신용 결과는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이어지면서 13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실제로 3분기 가계신용 총액은 1295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예상에 들어맞았다.
한국은행에서 가계신용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정책이 도마에 오르는 만큼 금융위가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자 후속 대책 발표시기를 조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많다. 정책 발표시기를 맞추려다 보니 설익은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집단대출과 상호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까지 규제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