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1순위 자격 대폭 확대 영향 대학생투자팀 생기는 등 시장과열 일부선 정책 지속성 의심 후분양등 합리적 시장조성 필요
경기도 A대학교 투자동아리에는 지난 1학기 분양권 투자팀이 처음 만들어졌다. 청약종합통장에 3년 이상 돈을 넣어온 동아리 회원 4명으로 꾸려졌다. 금요일마다 경기도 신도시 견본주택을 찾아 투자가치에 대해서 토론했다. 팀원 중 3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약에도 나섰다. 당첨되면 분양권을 웃돈을 주고 팔아서 수익을 나누는 게 이 팀의 목표다. 팀원 정모(26) 씨는 “아직 당첨은 못 받았지만 하나의 투자 방식을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해왔다”며 “주변에선 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아파트 청약ㆍ분양권 시장은 최근 2~3년간 달궈질대로 달궈졌다. 청약→당첨→전매가 이뤄지는 이 시장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일부만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20대 대학생들과 월급쟁이 직장인 등 부동산 문외한들도 동참했다. 시장이 과열됐다는 얘기가 나올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진입했다.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미성년자 이름으로 된 청약통장도 동원되기 일쑤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3만7000여가구(일반분양분)가 공급됐고, 82만6000여명이 청약에 나섰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공급물량(4만여가구)은 비슷하나 청약자는 39만3000여명에 그쳤다. 올해 1~10월 사이 월평균 35만명이 청약했다. 분양 열풍이 만만치 않았던 작년(월평균 30만명)보다 늘어난 숫자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적어도 수도권에선 청약자 중 적게는 30%에서 최대 절반 이상은 순전히 투자수요라고 본다”고 했다.
당첨을 두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면서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도 10대 1(작년 1~10월) 수준에서 올해 같은 기간 14대 1까지 올랐다.
너도나도 청약에 나서게 된 배경엔 여러 요인이 겹쳐있다. 우선 부동산 시장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이에 발맞춰 주택업체들이 새 아파트를 늘리면서 기본적인 ‘판’이 깔렸다. 특히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등 경기도 공공택지에서 신규 공급이 많았다.
정부는 각종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분위기 유지에 나섰다. 청약 1순위 자격을 대폭 확대하고 재건축에 걸려있던 각종 규제를 풀어줬다. 더구나 금리도 장기간 바닥 수준에 머무른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에 대한 정부 기조가 ‘살려야 한다’로 잡히고, 청약 1순위 자격이 확대되는 등 여러 규제가 사라졌다”며 “1순위 통장을 가진 사람들이 돈이 된다는 분양으로 몰리면서 소위 ‘묻지마 청약’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했다.
청약 열기는 고스란히 분양권 전매로 이어졌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올해 1~10월 전국에서 13만9851건의 분양권 전매가 이뤄졌다. 달마다 1만3985건씩이다.
분양권이 가장 많이 사고 팔린 지역은 경기도(3만1702건)로 전체의 22.7%를 차지한다. 1만9004건이 거래된 부산이 뒤를 이었다. 특히 경기도 공공택지(신도시)에서 나온 아파트 분양권엔 웃돈만 기본 수천만원씩 붙었다. 입지가 좋고 대형 건설사가 짓는 일부 단지는 웃돈이 1억원을 호가한다.
그랬던 분양권 시장에 불이 꺼진다. 정부가 이달초 내놓은 11ㆍ3 대책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전매제한 기간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4개 구와 과천, 주요 신도시(위례ㆍ미사ㆍ동탄2 등)에선 입주 시점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단기 전매차익을 노리고 유입된 수요가 워낙에 크고 중복당첨자도 늘어났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실수요자의 입지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 결국 주택시장 규제를 다시 푸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국회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후분양제 같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껏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던 선례가 많았기에 정부의 ‘정책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합리적인 분양권 시장을 만들려면 한때 논의됐던 후분양제를 포함해 이참에 다각도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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