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후진국형 증시라고 봐야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게이트’, 기업 3분기 실적 부진에 2000선 ‘박스피(Box+KOSPI)’는 고사하고 코스피가 1960선까지 미끌어진 가운데 학연ㆍ지연이라는 끄나풀로 이어진 정치테마주(株)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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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넘는 수익률 정치 테마주… 알고보니 학연ㆍ지연, ‘코미디’(?)=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뒤 야당의 차기 대선주자인 문재인 테마주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16일 고려산업은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122.6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려산업은 당사 상임고문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남고 동문이라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에 속한 이후 주가가 널을 뛰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해당 종목에 투자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 외에도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DSR제강(108.01%), 비엠티(83.92%), 제일테크노스(37.69%), 포비스티앤씨(22.88%) 등이 같은 기간 높은 수익률을 냈다.

이들이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근거’ 역시 학연과 지연이다. DSR제강은 대표이사가 경남고 동문, 제일테크노스는 사외이사가 문 전 대표와 경희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한 술 더 떠 비엠티는 문 전 대표의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에 공장과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그 밖에 다른 테마주들도 모두 직접적 연관 없이 학연·지연을 재료로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을 맛보고 있다.

▶선진국은 ‘정책형’ 정치테마주… 투자자 ‘한탕 심리’ 문제= 업계 전문가들은 “어느 나라에나 정치테마주는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 후보의 정책에 따른 수혜주가 정치테마주로 분류된다”며 “개인적인 친분이나 학연, 지연 등을 이유로 정치테마주가 되는 건 후진국 형”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 대선에서는 클린턴 수혜주와 트럼프 수혜주가 ‘정책’에 따라 갈렸다. 친환경 산업은 클린턴 수혜주로, 방산과 제약바이오 산업은 트럼프 수혜주로 돌아갔다.

그 와중에도 한국에선 ‘인연’을 앞세운 트럼프 수혜주가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9일 하루만 5.10% 수익률을 내고 3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대우건설은 1997년 부동산 개발·운영회사인 트럼프사와 직접 연을 맺어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 부근에 세계 최고층 주거용 건물인 ‘맨해튼 트럼프 월드타워’를 공동으로 건설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이 권력을 잡으면,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정경유착’이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 있고 학연ㆍ지연으로 얽힌 정치테마주가 그동안 실제로 수혜를 받았다”며 “상당부분 정치가 네트워크로 움직인다는 걸 역사적, 경험적으로 체득해왔기 때문에 후진국형 테마주가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작전세력’도 거론되지만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펀더멘털 등 기업분석에는 소홀하고 이른바 ‘한탕주의’에만 매몰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 기업 실적도 부진했고, 대내외적인 정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밋밋하거나 오히려 추락하는 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치테마주에 의존하기 쉽다”며 “정치테마주는 대부분 약한 연결고리로 과대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쉽게 오르는 만큼 또 쉽게 곤두박질 칠 수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