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교수 “법치영역 아닌 통치의 영역”
“이제 누가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겠다고 나서겠습니까”
평생을 국제법과 통일운동ㆍ한반도평화운동에 매진해 온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대한 말을 꺼내자답답함부터 토로했다.
이 명예교수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대해 “제가 국제법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남북관계 문제에 법의 잣대나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법치의 영역이 아닌 통치의 영역”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독일이나 베트남, 예멘 모두 분단 상태에서 쌍방이 접촉하는 것은 법을 초월해 전체적인 국가관리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이런 식의 논란은 남북관계에 도움 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무현 정부 때 2차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이 예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일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이제 누가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겠다고 나서겠느냐”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법 전문가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과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한반도통일시민단체협의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남북통일과 한반도문제에 천착해온 노교수의 탄식이었다.
이 명예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자문위원과 통일부 통일정책 평가위원 등을 맡아 남북정상회담과 문제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도 친분이 두터운 이 명예교수는 “송 장관은 대단히 젠틀한 분인데 회고록에서 장난을 치거나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송 장관의 의도가 잘못 해석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명예교수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의 근간에는 역시 정치의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정치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정치인 개인의 자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정치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정치시스템은 정치인 개인이 아무리 강한 정치개혁 의지가 있어도 소속정당의 조직논리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 개인의 올바른 활동이 국익과 국민의 권익신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역사정의, 평화통일이 바로 서야 한다”면서 “차기대권주자도 이 같은 시대정신을 실현하려는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온 몸을 던질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철학과 의지,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의 힘을 모으고 민주주의와 역사정의, 평화통일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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