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대표 경주회의서 확인

불황타개책 생산량 감산 공감

감산규모 놓고는 입장 제각각

전세계 조선사 대표 및 임직원 1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확인된 것은 당분간 글로벌 조선업의 ‘치킨게임’은 계속될 것이란 점 뿐이었다. 조선업황 악화를 벗어날 타개책은 생산량 감축이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누가 얼마를 줄일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선 입장이 달랐다. 최종 성명서에도 감축 계획은 빠졌다.

포문을 연 측은 일본 조선사 측이었다. 무라야마 시게루 가와사키중공업 회장(일본조선협회장)은 지난 20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JECKU)’ 기조연설에서 일본 조선사들의 1970~1980년대 정부 주도로 두차례 진행된 조선산업의 생산량 감축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처럼 한국 역시 생산량을 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넣은 셈이다.

반면 한국 조선산업은 일본의 구조조정 덕분에 급성장한 측면이 크다. 일본이 선박 표준화를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설 때, 한국 조선사들은 ‘발주처가 원하면 무엇이든 한다’를 기조로 전세계 발주 물량을 싹쓸이 해오다시피 했다.

시게루 회장의 ‘한국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에 한국 조선사측은 수용키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공급과잉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 생산량을 서로 합의하지 못하는 것처럼 조선소들도 각자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가삼현 사장은 “일본은 이미 두 번에 걸쳐 많이 줄였는데 다른데도 줄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중국 조선사들도 ‘공급과잉’을 문제 삼았다. 궈다청 중국선박공업행업협회장은 “중국 업체들은 이미 생산능력을 많이 줄였다. 그러나 저가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와 부족한 연구개발 능력, 기술력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과잉공급을 해결하고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게 가장 큰 현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20일 종료된 행사에서 대표자들은 의장 성명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성명서에는 생산량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