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유관업체 수의계약 등 불합리 관행 정비

서울·경기 혁신제품 직접 지정 시범운영 추진

혁신제품 평가 패스트트랙 확대·절차 간소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국가계약법령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온 공공기관 계약특례 60건을 전수조사해 이 가운데 18건을 폐지하고 4건을 수정하기로 했다. 경쟁을 제한하거나 조달기업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특례 등을 정비하는 한편 신규 특례에는 최대 3년의 재검토기한을 도입한다.

허장 재정경제부 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26년 제4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허장 재정경제부 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26년 제4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재정경제부는 22일 허장 제2차관 주재로 제4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계약특례 정비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과 ‘혁신제품 유형Ⅰ 정비안’ 등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계약특례는 재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가계약법령과 다른 기준·절차를 적용하는 제도다. 일부 특례가 장기간 운영되면서 경쟁성·공정성을 저해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지난 7~8월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운영 중인 계약특례는 모두 60건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 가운데 공정경쟁을 저해하거나 조달환경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특례, 실효성이 상실된 특례 등 18건을 폐지한다.

특례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조달기업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거나 포괄위임에 따른 자의적 적용 우려가 있는 4건은 수정 후 재승인한다. 나머지 38건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정비 대상에는 해당 기관과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와의 수의계약 등 경쟁을 제한하는 특례가 포함됐다.

영업점 내 냉·난방기 시설의 안정적인 유지보수를 이유로 퇴직자 유관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법률·회계·세무 등 컨설팅 용역계약 때 상관습 등을 이유로 견적서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다. 설계변경이나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요건을 대폭 축소해 운영한 특례도 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강원도 폐광지역과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의 고용 창출 및 기업 지원 등 지역 상생 협력을 강화하거나 고속도로·공항 상업시설 등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전력 등 필수 공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특례 등 필요성이 명확한 38건은 유지한다.

계약특례 관리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특례 승인 요건을 국민안전, 대국민 서비스 질 제고, 국가정책 지원, 혁신기술 도입 등에 해당하는 경우로 구체화한다.

모든 신규 특례의 존속기간은 최대 3년으로 제한하고 원칙적으로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도록 ‘3+3년’의 재검토기한을 도입한다. 특정 정책·사업을 위해 특례 존속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기한 예외를 인정한다.

특례를 승인받은 기관은 매년 활용 건수와 금액을 주무부처와 재경부에 제출한다. 새로운 계약제도 신설이나 경쟁성·공정성 제한, 조달기업의 계약 권익 침해 우려 등 승인 요청 내용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사전 검토 절차를 거친다. 계약특례 운영 현황도 원칙적으로 대외 공개한다.

혁신제품 유형Ⅰ 제도도 손질한다. 혁신제품 제도는 공공수요를 활용해 혁신기업의 초기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도입됐다.

지난해까지 누적 3078개 제품이 지정됐으며 공공구매 매출액은 연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현장에 밀착된 지정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지방정부의 연구개발(R&D) 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정주체와 지정절차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중앙정부의 장에게만 부여된 혁신제품 지정 권한은 지방정부까지 확대한다. 우선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혁신제품 지정을 시범 운영하고 이후 조달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제도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 자체 R&D 성과물을 혁신제품으로 직접 연계할 수 있도록 한다.

지정요건도 정비해 우수조달물품 지정 또는 다수공급자계약 이력이 있는 제품은 원칙적으로 혁신제품 신규 지정·지정연장에서 제외한다. 장기간 고매출 제품의 지정을 지양하고 상업적 거래가 없는 시제품을 우선 지정한다. 위탁생산 제품의 신청자격은 협업체로 통일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신청을 제한한다.

정부 실증 등으로 이미 검증된 제품에 대해서는 공공성·혁신성·현장평가를 일부 또는 전부 면제하는 패스트트랙을 확산한다.

공공성·혁신성 평가를 동시에 시행하고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하는 등 지정절차도 단축한다. 기존 1차 1년, 2차 2년으로 나뉜 지정연장 체계는 최대 3년 범위의 단일 연장체계로 개편한다.

허 차관은 “정부는 혁신 제품과 기술이 공공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불합리하거나 낡은 관행과 제도를 과감히 정비하는 등 조달계약제도 혁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