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 주세 경감 종료 앞둔 대학가 호프집 썰렁
부담 커진 점주들 “생맥주 안 파는 게 낫다”
술집 폐업 늘고 매출 줄고…주점업계 한숨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그냥 이제 생맥주를 안 팔아야죠. 더 오르면 찾는 사람도, 남는 것도 없어요.”
지난 28일 오후 6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만난 식당 점주 신모(57) 씨는 내년부터 생맥주에 적용되던 주세 20% 경감 혜택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듣자 이같이 말했다. 생맥주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로스(손실)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한 잔을 팔아도 실제로 남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40년째 식당을 운영해온 그는 “상권이 죽고 학생 수가 줄면서 매출은 매년 15%씩 줄어들고 있다”며 “병맥주는 가져다주면 되지만 생맥주는 잔도 교체해야 하고 기기도 관리해야 하기에 가격이 오른다면 판매를 포기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날 찾은 연세로 거리에는 거품이 올라간 맥주 잔을 부딪히는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다만 술을 찾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배달을 위한 오토바이만이 거리를 빠르게 오갔다. ‘맥주 2500원’을 내건 매장도 있었지만, 가게 안은 한산했다. 인근 세계맥주 전문점도 ‘영업중’이라는 안내를 내걸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2대째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38) 씨는 “코로나19 이후 술 소비가 계속 감소했고, 예전처럼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손님도 많지 않아 자정이면 문을 닫는다”며 “대학가 특성상 가격 인상에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점주 박모(51) 씨도 “세금이 오르면 못해도 잔당 1000원은 올려야 할 것 같은데, 대학가라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반응도 비슷하다. 이날 치킨에 생맥주를 즐기던 A씨는 “생맥주 가격이 더 오르면 술자리를 줄이거나 집에서 마시는 쪽을 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생맥주에 적용해온 주세 세율 한시 경감 제도를 올해 말 종료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출고 단계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500㏄ 한 잔 기준으로 약 130원의 세 부담이 추가될 전망이다. 현재 일반 맥주의 주세는 1㎘당 88만5700원인 반면 생맥주는 20% 낮은 70만8560원이 적용되고 있다.
감면 제도가 종료되면 생맥주 주세도 1㎘당 88만5700원으로 일반 맥주와 같아진다. 여기에 주세의 30%로 부과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까지 고려하면 출고 단계의 세 부담은 1㎘당 20만원 이상 늘어난다.
이를 주류업장에 공급되는 20ℓ 생맥주 한 통(케그)으로 환산하면 약 5000원, 500㏄ 한 잔 기준으로는 약 130원이 추가된다. 인건비 등을 고려해 실제 점포에서는 500~1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류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된 데다 코로나19 이후 회식과 모임이 줄고 있어서다. 이에 소상공인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시 호프·간이주점 폐업 점포는 656개로 폐업률 4.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업 점포는 328개로 절반에 못 미쳤다. 폐업률은 2024년 4.9%, 2025년 4.1%로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국내 주점 프랜차이즈의 매장 수도 감소세다. 펀비어킹의 가맹점은 2022년 349개, 2023년 339개, 2024년 327개로 줄었다. 크라운호프 역시 지난해 가맹점 수가 430개로, 전년 457개보다 감소했다. 신규 개점은 9개에 그쳤다. 역전할머니맥주를 운영하는 역전에프앤씨는 지난해 매출이 1041억원으로 전년 1086억원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9억원에서 3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생맥주 주세 경감이 종료되면 주류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류 제조사들은 늘어나는 세 부담을 출고가에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침체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인상분을 모두 흡수하기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외 주류업체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경감 제도 종료가 국내 맥주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맥주를 중심으로 해외 생맥주 판매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찬물이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생맥주를 포함한 전체 맥주 수입량은 올해 1~8월 1억5294만달러(208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주세 경감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생맥주 주세 경감 혜택의 일몰 기한을 삭제하는 내용의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올해 12월 31일로 정해진 적용 기한을 없애 생맥주에 대한 20% 경감 세율을 계속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인 만큼 세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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