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확정
민사…“죽음과 불법행위 인과관계 부족”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1900만원 인정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500여명이 모인 직장 단체채팅방에 연인이 바람을 피웠다고 폭로한 이후 연인이 스스로 사망했다. 유족은 폭로의 책임을 물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명예훼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3단독 최복규 판사는 숨진 A씨 측 유족이 B씨를 상대로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낸 소송에서,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1900만원만 B씨가 유족 측에 배상하라고 지난달 13일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연인관계로 지내다 헤어진 후 2023년 2월께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같은 달 B씨는 A씨 집에서 함께 잠을 자던 중 A씨 몰래 휴대전화의 잠금을 해제한 후 들여다봤다. B씨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씨가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A씨의 메신저 대화내용 수십 장을 캡처했다. 이후 이를 A씨 직장동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 3곳에 공유했다. 해당 채팅방에는 총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날은 A씨가 바람을 피운 직장동료의 결혼식 다음 날이었다.
A씨는 B씨를 고소했다. B씨의 유포 3일 뒤 A씨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으로 B씨는 형사 재판에 넘겨졌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판결이 지난 2024년 9월,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 재판부는 “B씨의 범행이 피해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사생활을 직장동료 수백명에게 공개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범행 후 피해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해 피해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유족은 B씨를 상대로 1억원대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의 불법 행위와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은 앞으로의 삶이 무의미해졌거나 불행이나 고통만 기다리고 있다는 절망에 빠졌을 때 최후로 취하는 선택”이라며 “명예훼손 등 불법 행위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은 경험칙상 피해자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이 이전에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없었던 사정을 고려하면 B씨가 망인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B씨의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과 정도가 매우 무겁다고 보긴 어렵다”며 “유서에 죄책감,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등의 내용을 기재하며 B씨에 대해서도 ‘죄책감 느끼지 말고 살길 바란다’고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B씨가 피해자의 사망을 직접 원인으로 하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망인과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보는 건 타당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법원은 유족에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로 1900만원을 정했다. 재판부는 “불법행위에 이른 동기와 경위, 내용, 망인이 받았을 정신적 고통의 크기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족 측에서 지난달 28일 항소해 2심이 열릴 예정이다.
notstr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