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살 때 빚을 많이 낸 가구일수록 금리 상승에 취약하고, 한 사람의 연체가 가족 전체의 연체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가계부채를 ‘차주 개인의 상환 능력’ 중심으로 봤다면 이제는 가구 전체의 부채와 소득, 자산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기에 ‘영끌’로 집을 산 가구가 가계부채의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이 7일 발표한 ‘가구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2023~2025년 집을 산 가구 가운데 대출 부담이 크게 늘어난 고차입 가구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1년 뒤 연체 확률이 0.81%포인트 높아졌다. 한 사람이 연체하면 1년 안에 다른 가구원도 별도 대출을 연체할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 보유 가구의 4.6%보다 1.9배 높았다. 가구원 여러 명이 각각 대출을 받은 경우 한 사람의 상환 능력 악화가 다른 가족의 대출 상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연 3%로 높인 만큼 빚을 많이 낸 가구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 증가세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1조원이던 1개월 이상 주담대 연체 채권은 올해 6월 말 2조2000억원으로 120%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644조3000억원에서 779조200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연체 채권의 증가율이 대출 잔액 증가율의 6배에 달한다. 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갚지 못하는 빚이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

집을 살 때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1년 새 14% 가까이 뛰면서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고 ‘영끌’에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과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과도한 차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경제적 능력을 넘어선 빚이다. 원리금 부담이 커지면 가계는 소비부터 줄이게 마련이다. 한은 분석에서도 DSR(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6%를 넘으면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가 내수까지 짓누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은 DSR이 높은 고차입 가구와 여러 가족원이 동시에 빚을 진 가구 등을 선별해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상환 부담이 커진 가구에는 만기 조정이나 상환 방식 변경 등을 통해 연착륙을 도울 필요가 있다. 은행도 차주 뿐 아니라 가구 전체의 상환 능력을 어느 정도 살펴야 한다. 상환 능력이 충분한 가구의 대출까지 일률적으로 조여서는 안 되지만, 현재처럼 주담대 연체가 늘어나는 상황에선 DSR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빚이 가계의 굴레가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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