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 1161곳, 원청 439곳에 교섭 요구

판단 완료 113곳 중 91.2% 사용자성 인정

김영훈 “N% 성과급 요구 파업, 지침상 불법”

인력 배치·구조조정 경계는 여전히 불분명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등이 1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원하청)현대자동차 주식회사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신청 심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등이 1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원하청)현대자동차 주식회사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신청 심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사업장이 103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됐고, 어느 범위까지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하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근 노동쟁의 범위를 구체화한 시행지침까지 나왔지만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부터 6월 19일까지 1161개 하청 노동조합이 439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참여 조합원은 16만4000명으로, 원청 한 곳당 평균 2.6개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이 중 141개 원청 사업장에서 노동위원회 절차가 진행됐고, 판단이 완료된 113곳 중 103곳(91.2%)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자율적으로 절차에 착수한 42곳과 사용자성 인정 후 후속 절차를 밟은 54곳 등 96곳이 교섭창구 단일화 등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51곳은 실무협의, 10곳은 본교섭에 들어갔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노란봉투법의 실제 적용 범위를 알기 어렵다. 원청의 어떤 권한과 영향력을 근거로 사용자성이 인정됐는지, 하청노조가 제시한 의제 중 어디까지 원청의 교섭 의무가 인정됐는지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범위에서만 사용자로 인정한다. 동일한 원청도 산업안전이나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이 인정되지만 임금·근로시간·복리후생 등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기업과 노동조합이 실제로 알고 싶은 것은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이 몇 곳이냐’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의제에 대해 원청의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지​라는 것이다.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도 이런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지침은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거나 공장 신설·이전, 신기술 도입 등 경영상 결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의무적 교섭이나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다만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기업들은 이 같은 기준 역시 실제 현장에서 어디까지 적용될지 불확실하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AI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서 기존 인력을 다른 업무나 공정으로 배치하는 경우 노동조합이 이를 교섭 대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 투자와 인력 운영 등 기업의 경영 판단이 노사 갈등의 쟁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행지침은 무엇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일 뿐, 어떤 경우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사용자로 인정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과는 별개의 문제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모든 교섭 의제에 대해 원청의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명령도 아니어서 노사가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섭 의무나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결국 법정에서 다시 가려야 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8일 SBS 라디오에서 새 지침을 적용할 경우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 파업은 불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 노사가 단체협약 등을 통해 성과급 지급 방식을 정한 만큼 새 지침을 소급 적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법이란 게 일도양단으로 하기 어렵고 선례가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작 그 선례가 현장에서 참고할 만큼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가 지난 2월 마련한 원청 사용자성 판단을 위한 해석지침 역시 ‘구조적 통제’ 등 일반적인 판단 요소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실제 사건에서 도급계약상 권한과 예산·인력 통제, 하청업체의 독자성 등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판단했는지는 노동위원회의 구체적인 판정 내용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더구나 노동부에 따르면 재심 판단이 나온 원·하청 사건 18건 가운데 2건은 초심과 결론이 달라졌다. 하지만 어떤 사실관계와 판단 기준 때문에 결론이 바뀌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 원청기업 노무 담당자는 “새로운 지침도 나왔지만 어떤 조건에서 원청이 교섭 상대방이 되는지는 여전히 깜깜이”라며 “노사 모두 참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후폭풍에 노동위 사건 폭증…올해 첫 3만건 넘나

노란봉투법 후폭풍에 노동위 사건 폭증…올해 첫 3만건 넘나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와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쏟아지면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65321?ref=naver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