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급 노동자 보호지침 9일 시행
하도급 땐 외부위원 참여 심사·발주기관 승인
노무비 전용계좌 관리…위반업체 입찰 제한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앞으로 공공부문이 맡긴 업무를 수주한 업체가 이를 다시 하도급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공부문 도급계약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계약업체가 바뀌더라도 기존 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도급 노동자 보호지침’을 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침은 기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과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통합·강화한 것이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공공부문 자회사, 지방 출자·출연기관 등이 민간과 도급·용역·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적용된다.
핵심은 원도급자의 직접 수행 원칙이다.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수주한 원도급자는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신기술이나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일시·간헐적인 업무여서 자체 수행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 등에만 하도급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하도급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사전에 ‘하도급 적정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발주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사위원회는 최소 5명으로 구성하고 외부위원을 2명 이상, 전체 위원의 40% 이상 포함해야 한다. 발주기관은 승인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도급 노동자의 고용안정 장치도 강화한다. 발주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도급계약 기간을 2년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원도급자는 노동자와 맺는 근로계약 기간을 도급계약 기간과 동일하게 설정해야 한다.
업체가 바뀔 때 기존 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하는 것도 의무화한다. 기존 지침에서 사용되던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한다’는 식의 노력 조항만으로는 지침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객관성이 결여된 평가나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도급 노동자의 임금 산정 기준은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한다.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용역에는 올해 상반기 조사된 단순노무종사원 일급 9만5767원이 하반기 기본급 산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시설 분야 단순노무용역의 낙찰하한율은 종전 87.995%에서 89.995%로 2%포인트 상향됐다. 단순노무용역이나 정규직 전환 자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예정가격에 낙찰률을 적용해 계약금액을 깎을 수 없도록 했다.
노무비는 다른 계약비용과 분리해 전용계좌로 지급해야 한다. 원도급자는 노무비를 임금과 퇴직급여 충당금 등에만 사용해야 하며, 회사 이윤이나 일반관리비로 돌리거나 이익잉여금으로 회수할 수 없다. 발주기관은 원도급자로부터 분기마다 임금지급명세서와 보험료 납입증명서를 받아 실제 지급 여부를 확인한다.
복리후생과 노동환경의 차별도 개선한다.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경우 도급 노동자에게도 구내식당과 화장실, 주차장, 통근버스, 휴게시설 등을 발주기관 소속 노동자와 동일하게 이용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발주기관과 원도급자, 양측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도 구성해 분기마다 개최하도록 했다.
지침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는 계약 해지와 입찰 제한 등의 제재가 뒤따른다.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위반한 업체가 10일의 시정기간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국가계약법 적용 업체는 3개월, 지방계약법 적용 업체는 1∼3개월 동안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각 공공기관은 연 1회 이상 지침 이행 여부를 자체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이행 실적을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도 반영할 방침이다. 지침은 9일 이후 입찰공고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도급계약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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