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원자재·물류비 상승에 원가부담 확대
가격인상 압력 커질수록 가격 민감도 높아져
“할인 경쟁 넘어 상품 가치가 갈수록 더 중요”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인건비 증가로 패션업계의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가 체감하는 상품가치가 향후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SPA(제조·유통 일괄) 업체들은 해외에서 원재료나 완제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대량 생산과 빠른 상품 회전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원자재발 원가 상승이 누적되면서 이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조정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올해 ‘배기커브진’ 라인을 ‘배기배럴레그진’으로 재편하며 가격을 4만9900원에서 5만9900원으로 올렸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식료품과 외식비, 공공요금 등 생활 필수 지출이 늘면서 의류에 쓸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6월 소매판매액지수에서도 의복과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판매가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업계는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 사이에서 가격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구매를 미루거나 대체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 수 있어서다.
특히 SPA 브랜드의 주력 상품인 티셔츠·이너웨어·데님 등 기본 아이템은 소비자 체감도가 더 크다. 반복 구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유행에 따라 일회성으로 구매하는 상품과 달리, 약간의 가격 차이도 브랜드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품가치가 경쟁 요소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가격뿐 아니라 품질, 기능, 활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역시 생산과 공급망 전반의 효율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과제로 지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상승분을 곧바로 판매가격에 반영하기보다 가격 안정과 품질 투자를 함께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TOPTEN10)은 주요 상품 가격 인상을 지양하는 동시에 상품·브랜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전국 27개 매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쿨에어(COOL Air)·온에어(On-Air)·에어테크(Air Tech) 등 전략 소재 라인업을 확대했다. 배우 전지현을 새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해 ‘굿웨어(Good Wear)’ 철학도 강화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이런 투자가 가격 인상 없이 생산 계획 고도화와 직접 관리 생산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고객이 망설임 없이 계속 선택할 수 있고 오래 입어도 만족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굿웨어’ 전략의 목표”라며 “앞으로도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상품과 매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