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비율 165.48%→129.18%…규제기준은 상회
여신은 1년 새 0.3% 증가…중금리대출 총량 제외 주목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3배 넘게 늘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높게 유지됐던 유동성비율도 1년 새 36%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정상화 흐름을 보였다.
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자산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7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06억원보다 3940억원 늘어 증가율은 218%에 달했다.
수익 개선은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OK저축은행이 2291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가장 많았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이 153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웰컴저축은행은 873억원, SBI저축은행은 376억원, DB저축은행은 13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OK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순이익을 합치면 3821억원으로 상위 20개사 전체 순이익의 66.4%에 이른다. 자산 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보다 2·3위사의 이익 규모가 크게 나타나는 등 회사별 실적 차이도 컸다.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이자수익 확대가 쉽지 않은 가운데 일부 대형사는 유가증권 운용 등을 통해 수익원을 넓히며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구조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상위 20개사의 2분기 평균 유동성비율은 129.18%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5.48%보다 36.30%포인트 하락했다.
유동성비율은 3개월 이내 갚아야 할 부채에 비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원화 유동성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저축은행은 이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상위 20개사는 평균 129.18%로 규제 기준을 웃돌았다.
저축은행업계는 이번 유동성비율 하락을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높아졌던 지표가 정상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거 유입된 예·적금의 만기에 대비해 단기 자금을 예탁금으로 묶어두면서 유동성비율이 높게 유지됐지만, 관련 자금 수요가 줄면서 각사가 판단하는 적정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회사별로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유동성비율이 140.83%로 자산 상위 5개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OK저축은행 124.63%, 웰컴저축은행 119.0%, SBI저축은행 111.91%, 애큐온저축은행 104.14% 순이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말 240.75%에서 1년 만에 약 100%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수익성 회복에도 저축은행의 대출 영업은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 상위 20개사의 6월 말 여신 잔액은 68조21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조9839억원보다 228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로 보면 약 0.3% 수준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더해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맞물리면서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공급 여력을 넓혀주고 있다. 지난달부터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대출 증가분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전액 제외했다. 종전에는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의 80%까지만 총량 관리 예외를 인정했다. 지난 6월 도입된 중금리 생활안전대출 취급 저축은행도 6곳에서 9곳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곧바로 여신 증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저축은행을 찾는 중·저신용 차주 가운데 이미 대출 한도가 찬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 무리하게 공급을 늘릴 경우 연체율과 부실채권 등 건전성 지표가 다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658억원으로, 상위 20개사가 약 75%를 차지했다. 2분기 말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6.3%, 8.2%로 전 분기보다 모두 0.4%포인트씩 낮아졌다.
ri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