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연, 수백m 초전도 선재 자르지 않고 3D 실시간 검사
- ±1.5㎛ 초정밀 측정, 핵융합 초전도자석 파손·성능저하 예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핵융합 장치와 자기공명영상(MRI)에 사용되는 초전도 자석의 치명적인 파손과 성능 저하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초정밀 검사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수백m 길이의 초전도 선재를 자르거나 접촉하지 않고도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한 미세한 두께 변화까지 잡아낸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극저온기기연구센터 하홍수·박인성 박사 연구팀이 종이보다 얇고 길이가 수백m에 달하는 테이프 형태의 ‘고온초전도 선재’ 두께와 폭을 비접촉 방식으로 연속 측정하는 3차원(3D) 초정밀 검사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고온초전도 선재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돼 큰 전류를 손실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소재다. 핵융합 장치와 의료용 MRI, 고효율 전력기기 등에 사용되는 강력한 초전도 자석의 핵심 부품이다.
선재는 A4 용지보다 얇은 수십 마이크로미터(㎛) 두께에 폭 4~12㎜의 긴 테이프 형태다. 초전도 자석은 이 선재를 수백 번 이상 촘촘하게 감아 제작한다.
문제는 불과 수㎛에 불과한 선재 한 가닥의 두께 차이다. 미세한 오차라도 수백 겹 쌓이면 자석 전체의 크기와 형태에 큰 변형을 일으킨다. 특정 부위에 힘이 집중돼 자석이 파손되거나 자기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장비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기존 접촉식 검사는 선재 표면에 긁힘이나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고, 비접촉 방식은 이송 과정에서 선재가 흔들리면 측정 정확도가 떨어졌다. 정밀 검사를 위해 값비싼 선재를 잘라 단면을 현미경으로 확인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재를 한쪽 릴에서 다른 릴로 감아 넘기는 ‘릴투릴(Reel-to-Reel)’ 이송 장치에 ‘상하 대향형 색채 공초점 레이저 센서’를 결합했다.
위아래에 설치된 두 레이저 센서가 선재 표면을 좌우로 빠르게 훑으며 양쪽 표면까지의 거리를 동시에 측정한다. 공초점 레이저 방식을 적용해 은이나 구리처럼 빛 반사가 강한 금속 표면도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된 시스템은 선재가 시간당 100m 속도로 이동하며 진동하는 상황에서도 측정 오차를 ±1.5㎛ 이하로 억제한다. 센서 이동 속도를 초당 4㎜ 이하로 정밀 제어하면 반복 측정 오차는 0.2㎛ 이하까지 줄어든다.
이를 통해 선재를 자르지 않고도 수백m 전체를 연속 검사하면서 어느 부분이 얇거나 두꺼운지, 가운데가 볼록하거나 오목한지 등 입체적인 형상을 3D로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고온초전도 선재뿐 아니라 이차전지용 구리박·알루미늄박, 금속 압연재, 박막 태양전지, 전자소재용 정밀 필름 등 얇고 길게 연속 생산되는 첨단소재 품질 검사에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측정 데이터를 생산 장비와 실시간으로 연동해 도금이나 압연 공정 조건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품질관리’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하홍수 박사는 “고온초전도 선재의 미세한 두께 오차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수백 겹 쌓이면 거대한 초전도 자석의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할 수 있다”며 “보이지 않는 미세 오차를 생산 단계에서 조기에 찾아내 첨단소재 품질을 스스로 관리하는 스마트 제조 기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