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록·이필형·박강수·최호권·유성훈 전 구청장 행보 눈길…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 주목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회의원 비서로 시작해 노원구의원과 서울시의원, 청와대 비서관, 재선 노원구청장, 3선 국회의원을 거쳐 국무위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풀뿌리 정치에서 출발해 중앙정치와 행정부의 핵심 자리까지 오른 그의 이력은 우리나라 지방자치 부활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말 그대로 ‘지방자치의 아들’이라 불릴 만하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 장관은 탄탄한 학력과 다양한 행정·정치 경험을 갖춘 데다 민주당 지지 기반이 강한 노원에서 활동한 정치적 환경도 뒷받침됐다.
김 장관과 같은 사례가 나오면서 서울지역 전·현직 구청장들도 국회 진출은 물론 국무위원까지 꿈꿀 수 있게 됐다.
현재 국회의원 가운데 서울 구청장을 지낸 인물로는 김영배·이해식·김우영 의원 등이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구의원과 시의원, 구청장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는 정치 성장 경로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직 또는 전직 구청장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국회 입성을 꿈꿀 만한 정치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승록 전 노원구청장과 이필형 전 동대문구청장, 박강수 전 마포구청장, 최호권 전 영등포구청장, 유성훈 전 금천구청장 등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아 주목된다.
오승록, 중계동 떠나 공릉동으로…노원갑 기반 확대
오승록 전 노원구청장은 민선 9기 구청장 출마를 스스로 접고 국회 진출을 준비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오 전 구청장이 그 정치적 공간을 파고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전 구청장은 재선 노원구청장 재임 시절 휴양시설 ‘수락휴’를 전국적인 명소로 만드는 등 김성환 장관에 이어 노원구청장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광운대 특임교수와 더불어민주당 노원갑 지역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23년 동안 살았던 중계동을 떠나 공릉동으로 이사한 점도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공릉동은 노원갑 지역의 핵심 생활권이다.
이필형, 해남에서 고성까지 ‘필브로의 국토장정’
이필형 전 동대문구청장은 퇴임 후 매우 이색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구청장은 지난달 16일 ‘필브로의 국토장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대장정에 나섰다.
첫날에는 ‘와불’로 유명한 천년고찰 운주사를 찾아 와불을 친견하며 낮은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달 4일에는 국토장정 13일 차를 맞아 충북 단양군 연곡3리에서 원동재까지 걷는 모습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공개하는 등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구청장은 고려대를 졸업한 뒤 국가안전기획부에 들어가 조직 내 핵심 보직인 정치과장을 지낼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내정됐다가 하루 만에 인선이 취소되는 정치적 아픔도 겪었다. 이후 국토 종주에 나선 경험을 책으로 펴냈으며 히말라야를 비롯한 세계적인 명산을 등반하고 여행기를 꾸준히 출간한 문필가이기도 하다.
구청장 재임 중에도 ‘말이 세상을 바꾼다’ 등 책을 펴내는 등 글쓰기를 이어갔다. 특히 매년 연말 간부들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무등산을 등반하는 일정도 계속했다.
이번 국토장정이 정치 재개의 출발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박강수, 구정 현안 넘어 중앙정치 평론으로 활동 확대
박강수 전 마포구청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시인이자 수필가로 문필가로도 실력을 인정받은 박 전 구청장은 재임 기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지역 곳곳을 살핀 ‘부지런한 구청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4년 재임 기간 해외 출장을 한 번도 가지 않을 정도로 구정에 열과 성의를 다한 구청장으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평가받고 있다.
박 전 구청장은 퇴임 후 페이스북을 통해 재임 기간 추진한 정책과 각종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용혜인 여성가족평등부 장관 후보자 인사 문제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비판하며 활동 범위를 중앙정치 평론으로 넓히고 있다.
박 전 구청장은 유력 유튜브인 시사포커스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유튜브방송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박 전 구청장이 차기 총선에 뜻을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호권, 공천 배제 아픔 딛고 정치 재기 모색
최호권 전 영등포구청장은 최근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 전 구청장은 재임 기간 제2세종문화회관 여의도 유치와 여의도·신길동 일대 재건축 신속 추진 등 지역 개발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민과 학생들의 과학적 사고를 높이기 위해 국립과천과학관과 삼성전자 본사, 대만 TSMC 본사 방문 등을 추진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구청 직원들에게 상식에 어긋나는 무리한 지시를 하지 않는 합리적인 조직 운영으로 내부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초 당내 경선 방침이 발표됐다가 갑작스럽게 공천에서 배제되는 정치적 아픔을 겪었다. 현재는 정치적 재기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성훈, 금천 발전 성과 앞세워 총선 도전할까
민선 7·8기 금천구청장을 지낸 유성훈 전 구청장도 현재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이 지역에서 거론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유 전 구청장이 8년 동안 금천구청장으로 재임하며 지역 개발에 힘써온 점을 높이 평가하는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유 전 구청장이 재임 기간 쌓은 행정 경험과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국회 진출에 도전할지 주목된다.
이처럼 오승록·이필형·박강수·최호권·유성훈 전 구청장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퇴임 이후의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구청장은 지역 행정을 총괄하며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성과를 검증받는 자리다. 지역 현안과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후보로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는다.
그러나 정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당내 공천 경쟁과 선거구도, 현역 의원과의 관계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의 아들’로 불릴 만한 정치 이력을 쌓은 김성환 장관의 뒤를 이어 이들 전직 구청장 가운데 몇 명이나 국회 입성에 성공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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