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英· 獨 등 주요국 장단기 국채금리 최고수준

‘고금리 도미노 쇼크’에 정부·가계·기업 빚부담 증폭

美는 견조한 경제성장에 낙관론도

WSJ “저금리 시대의 끝…채권시장 가격 회복 과정”

주요국 30년물 국채금리 추이. [헤럴드경제DB]
주요국 30년물 국채금리 추이.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위기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부정적인 신호로만 해석할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채시장에 박수를’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최근 금리 상승을 위기의 신호라기보다 오랜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채권시장이 정상적인 가격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주요국 장기물 국채금리가 일제히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자 각국 정부의 빚 부담을 시작으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채금리 급등이 증시 하방 압력과 신흥국 자금 유출로 이어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달러 지폐. [로이터]
달러 지폐. [로이터]

하지만 WSJ은 미국의 국채금리 수준을 곧바로 위기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금융위기와 팬데믹 이전에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 수준에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국채금리 상승은 정부와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차입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왜곡됐던 가격 신호를 복원하고 신용위험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WSJ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묶어두고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사들이는 양적완화에 나섰다”“이 과정에서 장기간 저물가가 이어지자 시장은 저금리가 새로운 정상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로 정부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부채를 늘릴 수 있도록 했고, 실물경제의 자본 배분과 신용위험에 대한 가격 신호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그러면서 “최근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단기 금리를 올리면서 장기 국채금리도 역사적으로 정상적인 수준을 되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경기 전망이 부진하면서 국채금리가 0%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최근 금리 상승은 경제가 높은 차입 비용을 감당할 만큼 견조하다는 점을 반영하는 동시에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짚었다.

[연합]
[연합]

이날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국채 수익률 지표는 전날까지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3.72%까지 올라 2008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국채 금리는 수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3bp(1bp=0.01%포인트) 오른 4.79%를 기록했다. 2025년 1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5.28%을 돌파하며 2007년 이후 고점에 근접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3%를 기록했다. 영국의 30년물 금리는 5.92%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독일 10년물 금리 역시 장중 3.336%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2026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중,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2026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중,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하지만 미 CNBC 방송은 지난 2025년 1월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상승 폭이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최근 장단기 국채금리 상승세에도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견조한 경제 성장과 함께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 폭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 국채시장에 대해 “우리가 어떤 종류의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25년 1월 20일 이후로도 미국 채권시장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미국 채권시장이 주요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금리 급등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악화를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채권 수익률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견조한 경제 성장과 미국의 AI 산업 경쟁력 등을 근거로 들었다.

투자회사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사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미국 경제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은 높은 금리에도 아직 뚜렷한 균열 없이 버티고 있다”며 “국채 입찰 수요 등 주요 지표에서도 시장이 무질서해졌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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