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대·IBS, 뇌 신호 출발지·도착지 추적 ‘iEC’ 기술 개발
- 기존 알고리즘 9종 결합, 대뇌피질 전체 ‘신호 흐름 지도’ 복원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뇌에서 신호가 이동하는 방향과 위계 구조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현병과 우울증, 만성 통증 등 뇌 질환을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홍석준·우충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인간 대뇌피질 전반의 방향성 신호 흐름과 위계 구조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인간의 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상위 영역으로 전달하는 ‘상향식’ 흐름과 과거 경험·기억을 토대로 예측 신호를 하위 영역으로 보내는 ‘하향식’ 흐름이 교차하는 복잡한 위계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는 주로 뇌의 어느 영역들이 동시에 활성화되는지를 분석하는 ‘기능적 연결성’에 의존했다. 뇌 영역 사이의 연결 여부는 알 수 있지만 신호가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이동하는지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유효연결성 분석 알고리즘 9종의 장점을 결합한 ‘통합 유효연결성(iEC)’ 기술을 개발했다. 유효연결성은 단순한 동시 활성화 관계를 넘어 한 뇌 영역이 다른 영역에 미치는 영향과 신호 흐름의 방향을 추론하는 분석 방식이다.
연구팀은 베이지안 최적화 기법을 활용해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결합했다. 원숭이의 실제 신경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검증한 결과, 기존 최고 성능의 단일 알고리즘보다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특히 iEC를 사람의 뇌 영상 빅데이터에 적용해 대뇌피질 전체의 ‘신호 흐름 지도’를 최초로 복원했다.
분석 결과 뇌의 정보 흐름은 피라미드 형태의 뚜렷한 위계 구조를 보였다.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처리 영역이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복잡한 정보를 통합하는 영역이 중간층, 신체 내부 상태와 감정을 조절하는 부변연계 영역이 최상층에 자리했다.
뇌의 위계 구조가 고정돼 있지 않고 상태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영화를 감상할 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신호가 강해지면서 영역 간 위계 차이가 줄어 구조가 평탄해졌다. 반면 만성 통증 상태에서는 부변연계 영역의 하향식 통제력이 강해지면서 위계 구조가 더욱 가팔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술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전 세계의 다양한 뇌 영상 빅데이터 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정상적인 뇌와 뇌 질환 환자의 신호 흐름을 비교하면 기존 뇌 영상 분석으로 포착하기 어려웠던 질환별 ‘신호 흐름 왜곡’을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석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근본적인 정보 처리 방식을 직접 확인하는 길을 연 것”이라며 “신호 흐름 왜곡이라는 지표를 통해 조현병, 우울증, 만성 통증 등 뇌 질환의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1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