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대 연구팀, 고용량·장기 지속형 RNA 전달 원천기술 개발
- 유전자 억제 효과 최대 7일…생쥐 중성지방 감소 효과 4주 지속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한번만 투여해도 약효가 4주간 지속되고 여러 질병 유전자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RNA 치료제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울시립대학교 화학공학과 이종범 교수 연구팀이 많은 양의 짧은간섭RNA(siRNA)를 세포질에 직접 전달하고 여러 표적 유전자를 지속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융합성 RNA 나노모듈(L-CRAM)’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siRNA는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낮출 수 있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고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려워 이를 안전하게 운반할 전달체가 필요하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지질나노입자(LNP)는 담을 수 있는 RNA 양이 제한적이다. 세포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엔도솜’이라는 막주머니에 갇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RNA가 한꺼번에 방출돼 약효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한계도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iRNA 서열을 촘촘하게 채운 다공성 RNA 코어인 ‘CRAM’을 만들었다. 여기에 세포막과 직접 융합할 수 있는 지질층을 입혀 L-CRAM을 완성했다.
L-CRAM은 기존 LNP보다 많은 RNA를 탑재하면서 세포막과 융합해 RNA 코어를 세포질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세포질에 도달한 RNA 코어는 절단효소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면서 siRNA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방출한다. 일종의 ‘RNA 약물 저장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간세포 실험에서 중성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APOC3를 표적으로 한 L-CRAM은 해당 유전자 발현을 약 70% 억제했다. 억제 효과는 최대 7일간 유지됐다.
특히 RNA 모듈의 서열만 바꾸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PCSK9·ANGPTL3·APOC3를 각각 또는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나노입자로 여러 질병 관련 유전자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물실험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생쥐에 L-CRAM을 정맥 투여하자 간까지 전달돼 APOC3 발현을 억제했다. 혈중 중성지방과 지단백 수치도 감소했으며 특히 중성지방 감소 효과는 최대 4주까지 이어졌다.
이종범 교수는 “적은 수의 입자로 많은 siRNA를 전달하고 하나의 입자에서 여러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복합 대사질환뿐 아니라 암·염증성 질환의 장기 지속형 RNA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