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금액 못 따져도 관련 납품대금 기준 부과
조사·심의 협조 감경 20%서 10%로 축소
“쿠팡 조사 재개되면 개정 과징금 기준 적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유통업체에 대해 위반 규모에 비례해 과징금을 매기는 정률과징금 적용을 확대한다.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업자는 과징금을 최대 100%까지 가중한다.
최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에 대한 공정위 현장조사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쿠팡도 개정안 시행 이후 법 위반이 인정되면 현행보다 강화된 과징금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월 6일까지 입법예고하고 관련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 개정안을 내달 16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업체의 납품업체에 대한 판매촉진비용 전가, 배타적 거래 강요, 경영정보 제공 요구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정률과징금 적용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공정위 소관 법령은 법 위반 규모에 비례하는 정률과징금을 원칙으로 하지만, 위반금액 등 산정 변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정액과징금을 부과한다. 최근 10년간 대규모유통업법 심결례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상당수 사건에 정액과징금이 부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방식을 2단계로 개편한다. 우선 위반금액을 산정할 수 있으면 위반금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해 과징금을 산출한다. 위반금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곧바로 정액과징금을 적용하지 않고 ‘관련 납품대금’에 부과기준율을 곱해 다시 정률과징금을 산정한다.
관련 납품대금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위반 기간 해당 위반행위와 관련된 납품업자로부터 구입한 전체 상품 매입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이다. 위반금액과 관련 납품대금을 모두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5억원 이내에서 정액과징금을 산정한다.
과징금 부과기준율도 높인다. 현재 위반행위 중대성에 따라 60~140%인 위반금액 기준 부과기준율을 80~200%로 상향하고 중대성 정도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한다. 위반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워 관련 납품대금을 기준으로 정률과징금을 매길 때 적용할 별도의 부과기준율도 신설한다. 중대성에 따라 관련 납품대금의 1~1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액과징금 부과기준금액도 중대 위반은 2억~4억원에서 3억5000만~4억5000만원으로, 매우 중대한 위반은 4억~5억원에서 4억5000만~5억원으로 상향한다.
반복적인 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가중도 강화한다. 현재는 과거 3년간 법 위반 횟수와 가중치에 따라 최대 50%까지 가중하지만 개정안은 기준 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가중 상한을 100%로 높인다. 과거 5년간 한 차례 법 위반으로 조치를 받고 가중치 합계가 2점 이상이면 40% 초과~50% 이하를 가중한다. 4회 이상 위반하고 가중치 합계가 7점 이상이면 가중률은 90% 초과~100% 이하가 된다.
감경 폭도 줄인다. 조사·심의 협조에 따른 감경은 최대 20%에서 10%로, 자진시정에 따른 감경도 최대 50%에서 10%로 축소한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을 둘러싸고 공정위와 현장조사 적법성을 다투고 있는 쿠팡 사건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19일부터 쿠팡에 대한 현장조사를 네 차례 시도했지만 쿠팡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쿠팡은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공정위는 소송 제기 사실을 확인한 뒤 현장조사에서 철수했다.
개정안 부칙은 시행령을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고 시행 전에 종료된 위반행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이 연말께 시행된다고 보면 그 전에 이미 종료된 사건에는 새로운 과징금 체계를 적용할 수 없지만 시행 시점에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그 이후 새롭게 상정되는 사건에는 개정된 시행령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조사가 중단된 쿠팡 사건도 개정안 시행 이후 조사가 재개되면 새로운 과징금 산정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쿠팡의 현장조사 거부와 소송 제기로 조사가 중단된 사이 과징금 체계가 개편되면 현행보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입법·행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검토한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연내 시행령과 고시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