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성적 하락 보완” vs 반대 “명분 없는 파괴”

생도들도 반대 목소리…“시설 노후 통합 근거 안돼”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국방부의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가 4시간 내내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파행 속에서도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팽팽한 논리 대결로 채워졌다.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개최한 공청회에는 국방부 관계자와 각 군 사관학교 생도·동문 예비역, 일반 참석자 등 300여명이 몰렸으며 행사장 밖에서는 찬반 양측이 각각 집결해 긴장감을 더했다.

전문가 토론에 나선 찬성 측 최영진 중앙대 교수, 두진호 한국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 진호영 예비역 공군 준장 등은 합동성 강화와 변화하는 미래전 양상, 전작권 전환 대비, 인구절벽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대응, 규모의 경제를 통한 사관학교 투자 확대 등을 사관학교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과정 만족도가 20∼30% 수준밖에 안 되는데, 민간대학과 비교하면 정말 비참한 수준”이라며 “다만 통합 사관학교가 서울이 아닌 자운대로 내려갈 경우 성적 하락이 예상되기에, 이를 보완할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찬성 측 발표 내내 참석자들의 야유와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반대 측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 조기홍 예비역 해군 대령, 강병철 예비역 공군 준장 등은 군 전문성·정체성 약화 우려, 공론화 절차 및 검증 부족, 정치적 목적의 통합 추진 등을 집중 제기했다.

김 사무총장은 “사관생도들과 현역 장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강행하는 사관학교 통폐합은 개혁이 아니다”라며 “명분 잃은 통폐합은 개혁이 아닌 파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단상에 올라 “사관학교 폐교를 깡패가 일 처리 하듯 하고 있다”며 “예산과 국력만 낭비하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범림 해사 총동창회장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향해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정책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사관학교 동문들의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고, 참다못한 김 실장이 “욕하지 마십쇼. 욕하시려면 끝나고 하십쇼”라고 응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장영달 전 국회의원(왼쪽)과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등이 대치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장영달 전 국회의원(왼쪽)과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등이 대치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한 예비역 대령은 단상에 올라 국방부 정책소개 자체를 막아서다 국방부 관계자들과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윤광웅 전 장관은 “사관학교가 통합되면 한 학교에서 핵심 장교단이 배출되면서 오히려 문민통제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의 정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장관이 솔직하게 대통령과 소통하고 통합 추진을 유예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해군 중장 출신 이기식 전 병무청장도 “현 체제에서 제도개선을 할 수 있는 것은 안 하면서, 시간에 쫓기듯 완벽하지 않은 계획을 집행하려 하고 있다”며 “생도들만 제도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생도들도 직접 반대 목소리를 냈다. 육사 2학년(85기) 생도는 “현행 사관학교 교육체계가 국군 정체성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다는 객관적 근거가 무엇인가”라며 “통합 없이 합동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육사 1학년(86기) 생도는 “학교 시설이 노후화됐다고 학교를 통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실장은 “학령인구 변화와 군구조 개편, 미래전 양상, 전작권 전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생도 여러분에게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정책방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rimsclub@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