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 실제 바다서 현장실험…미세플라스틱 가라앉는 원리 규명
플랑크톤 양보다 ‘종류’가 좌우…침강률 11.6% vs 34.1% 약 3배 차이
점액에 뭉친 플라스틱 덩어리 하루 80m 침강…이동 예측 단서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물보다 가벼워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할 미세플라스틱이 수천m 깊이의 심해에서도 발견되는 이유가 밝혀졌다. 바닷속 식물플랑크톤이 내뿜는 끈끈한 점액이 미세플라스틱을 한데 뭉쳐 무거운 덩어리로 만든 뒤 바닷속으로 끌고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플랑크톤이 얼마나 많은지보다 어떤 종류가 사느냐에 따라 가라앉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약 3배까지 차이 났다.
2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백승호 생태위해성연구부 박사 연구팀은 실제 바다와 유사한 환경을 만든 현장실험을 통해 식물플랑크톤 군집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그동안 미세플라스틱의 해양 이동은 주로 입자의 크기와 무게 등을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 식물플랑크톤과 미세플라스틱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대부분 단일 플랑크톤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실제 바다에서 답을 찾았다. 경남 거제 해상에 직경 1m, 깊이 2.5m의 원통형 수조 5개를 띄우고 바닷물과 식물플랑크톤을 채웠다. 실제 해양과 유사한 조건에서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는 ‘메조코즘(mesocosm)’ 방식이다.
연구팀은 각 수조에 질소·인 등 영양염을 서로 다른 농도로 넣어 강우량 등에 따라 하구와 연안의 영양염 농도가 달라지는 자연환경을 재현했다. 실험 사흘 뒤 영양염이 풍부한 수조에서는 규조류가 빠르게 늘어난 반면 영양염이 부족한 수조에서는 증식 속도가 느리고 우세한 플랑크톤 종류도 달라졌다.
이어 수조마다 미세플라스틱 3000만개를 투입한 뒤 바닥에 얼마나 가라앉는지를 측정했다.
당초 연구팀은 식물플랑크톤이 많을수록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달랐다. 식물플랑크톤이 가장 많았던 수조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11.6%만 바닥에 가라앉았다. 반면 플랑크톤 양이 그 절반 수준이었던 수조에서는 34.1%가 바닥에 쌓였다. 침강 비율이 약 2.9배 차이 난 셈이다.
차이를 만든 것은 플랑크톤의 ‘종류’였다.
식물플랑크톤은 수명이 다할 때 점액을 분비한다. 이 점액이 여러 플랑크톤을 붙여 물보다 무거운 덩어리로 만들면서 주변의 미세플라스틱까지 함께 끌어들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덩어리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특히 규조류가 우세한 수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가라앉았다. 빠르게 증식하고 수명이 짧은 규조류가 많은 점액을 분비했기 때문이다. 반면 수명이 긴 와편모조류는 상대적으로 점액 분비량이 적어 미세플라스틱을 뭉치는 효과도 작았다.
바다 밑으로 향하는 속도도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식물플랑크톤의 점액은 이틀 이내 만들어졌고 미세플라스틱 등이 엉겨 덩어리를 형성하는 데는 약 열흘이 걸렸다. 만들어진 덩어리는 하루 평균 80m씩 가라앉았다.
백승호 KIOST 박사는 “영양염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플랑크톤의 군집이 미세플라스틱의 해양 내 이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현장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어디로 이동하고 쌓이는지를 예측할 때 물리적인 특성뿐 아니라 해역의 생태환경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백 박사는 “그동안 미세플라스틱의 이동은 입자가 얼마나 무겁고 작은지를 중심으로 예측해 왔다”며 “앞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관리 대책을 세우는 데 해역별 생물 군집 정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절과 해역마다 우세한 종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해 미세플라스틱이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 쌓이는지를 규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해양 미세플라스틱 유입·발생 및 환경거동 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에 게재됐다.
adastr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