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5년간 247억원 투입…수심 6~25m 잘피숲 조성
파도 힘 줄이고 모래 붙잡아 연안 보호…수산생물 서식지도 확보
2031년 실증해역 생물다양성 30% 확대 목표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동해 바닷속에 파도의 힘을 줄이고 모래 유실을 막는 ‘살아있는 방파제’가 들어선다. 수심 6~25m에 자생하는 토종 잘피를 활용해 2031년까지 실증해역의 침식 우려·심각 구간을 30% 줄이고 해양생물 다양성을 30% 늘리는 게 목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동해연안 자율형 블루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7년 국민체감 R&D 10선’에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10개 사업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수행하는 해양수산부 출연금 사업은 이 사업이 유일하다.
현재 동해 연안에서는 모래 유실과 생태계 기능 저하, 수산자원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침식 상태가 ‘심각’ 또는 ‘우려’ 단계인 곳만 60곳에 달한다. 그동안 구조물 설치나 생태계 복원, 종묘 방류 등 개별적으로 대응해왔다면 이번 연구는 연안 보호와 생태계 회복, 수산자원 증가를 함께 노리는 자연기반 해법이다.
핵심은 동해에 자생하는 왕거머리말과 수거머리말이다. 이들 잘피는 수심 6~25m의 중·대수심에 군락을 형성한다. 촘촘한 잎은 파도의 힘을 줄이고 뿌리는 모래를 붙잡는다. 잎과 뿌리 사이에는 물고기와 조개 등이 알을 낳고 자랄 수 있는 서식지도 만들어진다.
KIOST 도종대 박사 연구팀은 내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247억1000만원을 투입해 동해고유잘피를 활용한 ‘자율형 블루인프라’ 기술을 개발한다. 잘피를 심은 뒤 스스로 자라고 번식해 서식지를 넓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방파제나 인공어초 등 기존 연안 구조물의 기능을 자연의 방식으로 보완하는 개념이다.
연구는 두 단계로 진행한다. 2027~2029년 1단계에서는 잘피 서식지에 관측장비를 설치해 파도 감소와 모래 이동량을 측정한다. 위성과 드론, 수중센서로 확보한 자료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동해고유잘피 분포 지도도 만든다.
잘피숲에 모여드는 물고기와 조개 등도 조사해 수산자원 증가 효과를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동해 환경에 적합한 잘피 서식지 조성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해역을 선정한다.
2030~2031년 2단계에서는 실제 동해 연안에 잘피 서식지를 조성해 효과를 검증한다. 장기 관측을 통해 연안침식 저감과 생물다양성·수산자원 증가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해역 유형별 관리지침도 마련한다.
연구팀은 2031년까지 잘피 서식지를 조성한 실증해역에서 침식 ‘우려’ 또는 ‘심각’ 구간을 현재보다 30% 줄이고 해양생물 다양성을 30%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잘피 서식지가 확대되면 코끼리조개와 왕우럭조개 등 수산생물의 서식지를 확보하고 탄소흡수원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도 박사는 “동해고유잘피는 파도의 힘을 줄여 모래를 지키며 수산자원까지 키우는 살아있는 연안 블루인프라”라며 “조성 후 스스로 자라 유지될 수 있어 관리 비용 부담을 줄이며 국가적 현안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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