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전쟁’ 때문에 일본 차 업계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북미시장을 겨냥해 캐나다에 공장을 집결했던 일본 차업체들이 50%의 관세를 떠안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국은 이 같은 불똥을 피했지만,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몽니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협상 전체로 확대되면 비슷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 공표하자, 관세 협상을 해온 캐나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캐나다는 이어 미국산 제품에 같은 규모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트루스소셜에 다음해 1월 1일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해 원색적인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캐나다는 오랫동안 미국을 갈취해왔으며 무역과 여러 분야에서 가장 다루기 나쁜 나라 중 하나”라며 “우리는 캐나다가 필요 없지만 캐나다는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계속되는 보복성 조치에 가슴 졸이는 곳은 다름 아닌 일본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25일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갈등에 대해 북미에서 쌓아온 자유무역을 전제로 한 제품 공급망이 흔들리고, 진출하는 일본 기업의 사업 활동에 대한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인 USMCA로 묶여있어,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 거점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공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만 해도 토요타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공장을 두고 RAV4와 렉서스RX 등을 연간 50만대 규모로 생산, 미국으로 수출도 해왔다. 혼다도 온타리오주에 생산 능력이 연간 총 40만대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CR-V는 80%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인 다음해 1월 1일까지 관세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캐나다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본 자동차들도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
한국 기업들은 캐나다에 배터리나 배터리 소재 공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공장이 온타리오에,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공장이 퀘벡에 있다. 이 품목들은 50% 관세라는 폭탄은 피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으로 USMCA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는 우려를 감안하면 안심하기 이르다.
USMCA는 오는 2036년까지 유효하지만, 미국은 지난달 “현재 형태로는 협정을 16년 더 연장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연장을 거부했다. 미국은 자동차 원산지를 규정할 때 미국산 부품을 50% 이상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 조건을 내걸며 멕시코와 USMCA 연장을 위한 양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이 우선 멕시코는 협의하고 있지만, 캐나다와 갈등이 깊어지면 USMCA 협상도 어그러질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요구를 멕시코가 받아들인다 해도, 이후 캐나다가 이를 거부하면 결국 3자 협상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에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도 자동차 공장을 두고 북미 지역 수출 거점 역할을 맡겨왔다. 멕시코에 토요타와 혼다, 닛산, 마쓰다 등의 공장이 있고, 한국도 기아와 현대차 공장이 있다. 이를 두고 요미우리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서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캐나다를 포함한 (3차) 협의에는 물을 탄 형태가 됐다”며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협의의 결렬은 멕시코를 더한 3개국의 틀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이번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갈등이 “USMCA의 결렬이라는 북미 역내 무역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깜박이는 결과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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