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기능 분산·혁신도시 조성 성과에도 지역 생태계 연계 부족

나주·부산 등 특화 가능성 확인…민간기업·대학과 협력은 과제

“2차 이전, 지역 안배 넘어 산업·인재·정주여건까지 고려해야”

2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
2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이 수도권 기능 분산과 혁신도시 조성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전 기관이 지역 산업과 대학, 기업 등 지역 생태계에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향후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별 기관 수를 안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기관의 기능과 지역 산업·인재·정주 여건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9일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가 지난 6월 발간한 ‘공공기관과 정책 연구’를 보면, 정성호 한국재정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전개와 구조적 한계’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법령과 정책자료, 선행연구 등을 토대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을 분석한 결과, 그동안 정책이 기관의 물리적 이전에는 성과를 냈지만 지역경제와의 기능적 연계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문제는 이전 기관과 지역 산업 간 연결이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기관의 고유 기능이 지역 산업이나 대학·연구기관, 기업과 충분히 결합하지 못하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제한됐다는 것이다.

인재와 정주 문제도 한계로 꼽혔다. 이전 기관 종사자와 지역 인재가 해당 지역에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을 포함한 생활권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책 추진 과정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앙정부가 기관의 입지를 정하고 배분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리면서 지방정부와 이전 기관, 지역 대학·기업이 지역 발전 전략을 함께 만드는 협력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설명이다.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는 평가 체계도 부족했다. 기관 이전 완료나 혁신도시 조성 여부를 넘어 지역별 성과 차이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후속 정책에 반영하는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혁신도시 사례에서도 이런 한계와 가능성이 동시에 나타났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는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이 집적되면서 이전 기관의 기능과 지역 산업 전략을 연결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혔다. 다만 공공기관 집적 효과를 민간기업 유치와 대학·연구기관 협력, 지역인재 정착으로 확산시키려면 별도의 연계 전략과 장기적인 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부산 문현금융단지 역시 금융 관련 공공기관을 한곳에 모아 지역 특화산업을 육성할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민간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전문서비스업, 지역 대학의 금융인재 양성 체계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금융 공공기관 집적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충북혁신도시는 정주 여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기관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인재의 정착과 안정적인 생활권 형성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결국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는 ‘이전’ 자체가 아니라 지역 내 산업, 인재, 생활, 거버넌스와의 ‘결합’에 의해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는 ‘지역 간 안배’보다 ‘기능적 적합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느 기관을 어느 지역에 배치할지를 결정할 때 단순히 지역별 형평성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기관의 고유 기능이 해당 지역의 산업구조와 대학·연구 기반, 기업 생태계, 노동시장, 지방정부의 발전 전략과 얼마나 잘 맞물릴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정주 여건과 인재 정착 역시 기관 이전 이후 해결할 보완 과제가 아니라 이전 지역을 결정하는 초기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핵심 조건으로 제시됐다. 주거·교육·의료·문화·교통뿐 아니라 돌봄과 가족 동반 이주 여건까지 갖춰져야 공공기관 이전이 실질적인 지역 인구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 추진 방식도 중앙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배분에서 지역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와 이전 기관, 지역 대학·기업, 시민사회가 정책 의제를 설정하는 단계부터 참여하고, 이전 이후에는 단순한 인구 증가나 기관 이전 실적이 아니라 지역 산업·인재 생태계와 얼마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는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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