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단독주택에서 시험 가동
4월 유럽 출시, ‘올인원’ 공략
“20년 전만해도 에어컨은 한 대당 400만원에 달하는 사치품이었습니다. 지금은 히트펌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시장이 커져야 합니다.”
신문선 삼성전자 DA사업부 에어설루션개발 상무는 지난 10일 제주시에서 열린 ‘한국형 냉·난방 겸용 EHS (Eco Heating System) 올인원 히트펌프’ 설명회에서 이 같이 밝히며 히트펌프 시장 확대를 위한 신제품 출시 계획을 전했다.
제주 지역에서 가정용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공급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삼성전자는 냉난방이 모두 가능한 히트펌프 시스템인 ‘EHS 올인원’ 제품의 연내 출시를 목표로 제주시 도남동 소재 단독주택에 ‘히트펌프 필드 테스트 랩’을 구축했다.
히트펌프는 냉매가 액체에서 기체로 혹은 기체에서 액체로 바뀌는 과정에서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바깥 공기의 열을 흡수해 물에 열을 전달하는 보일러 제품만 있었는데 이제 냉난방이 모두 가능한 제품을 선보인다.
실증에 적용된 ‘EHS 올인원’은 하나의 실외기로 공기 냉방(A2A)뿐만 아니라 물을 데워 사용하는 바닥 난방·급탕(A2W)를 동시 제공한다. 이미 히트펌프가 확산된 유럽에선 지난 3월부터 올인원 제품을 출시한 상태다. 유럽 출시 경험을 통해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 상무는 “단독주택이 많은 유럽은 실외기 설치 규정도 깐깐하다”며 “실외기 가동소음이 35dB(데시벨)을 넘으면 안되는 규제가 있어 올인원 제품은 일반 에어컨보다 차음·흡음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히트펌프는 우리 정부의 난방 전기화 지원 사업을 계기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활용하면 현재 1400만원 수준인 히트펌프 보일러를 약 400만원에 설치할 수 있다. 기존 가스·기름 보일러와 비교하면 2~3년만 지나도 설치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 산업단지가 없어 전력 사용량이 균일한 제주도가 국내 히트펌프 테스트베드가 됐다. 잉여 전력이 생길 때 VPP(가상발전소)에서 히트펌프를 가동시켜 가동 효율도 높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LPG(액화석유가스)나 기름 보일러로 난방을 하는 가구가 많은 제주 지역 특성상 고객의 전환 수요도 있었다.
테스트 랩에 거주하는 양창희(74)씨는 “과거 기름 보일러를 쓸 때는 직접 기름을 관리해야 했다”며 “올인원 히트펌프를 사용해보니 스마트싱스로 실내 온도만 설정하면 에어컨도 알아서 작동해 편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바깥의 열을 활용하는 히트펌프 기술 특성상 물에 열을 저장할 물탱크를 설치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테스트 랩과 실제 1호 고객의 집에도 대규모 물탱크가 배치돼 있다. 이는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히트펌프 확산 걸림돌로 지적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계열사 삼성물산과 협업해 아파트에 히트펌프를 상용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신 상무는 “주거 형태에 따라 축열 탱크보다 용량이 작은 교번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이미 유럽에서는 키친핏 형태로 부엌에 물탱크가 들어간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난방 전기화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넘어서는 것도 주요 과제다.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과도한 요금이 부과될까 염려하는 시각이 있다.
신 상무는 “우리나라는 누진제로 인해 일정 사용 구간을 넘어서면 급격히 요금이 올라간다”며 “제주도는 기후부와 협의를 통해 히트펌프 별도 계량기를 설치해 일반 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 부처와 협의가 지속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이정완 기자
jeongw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