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농가 62.8% “초기비용 부담”…센싱·모니터링 도입률 30% 밑돌아

토마토도 고비용 장비 도입 한 자릿수…품목별 맞춤형 지원 필요

“기술 개발보다 직접 써보는 게 중요”…현장 실증·시범사업 확대해야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시설원예 농가의 생산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줄이기 위한 스마트팜 기술의 현장 확산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시설은 갖춰도 센서와 모니터링, 자동의사결정 시스템 등 고도화 장비의 도입은 낮았다. 초기 투자비와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농가의 선택을 가로막고 있어 딸기와 토마토 등 품목별 여건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간한 ‘기후변화에 대응한 시설원예 농가의 기술 수용 의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계절별 재해가 복합·누적되면서 시설 과채류도 외부 기상요인에 따른 생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스마트팜과 기후적응형 복합형질 품종 개발·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농가의 실제 도입 수준은 낮고 고비용 장비의 확산도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스마트팜 도입을 막는 요인

연구진은 딸기와 토마토 농가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기술의 도입 실태와 수용 의향을 분석했다. 스마트팜은 초기 투자비와 수익 불확실성이, 기후적응형 품종은 수량·상품성에 대한 우려와 재배기술 부족 등이 기술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비용 부담이 컸다. 스마트팜 도입의 가장 큰 제약으로 ‘초기비용 부담’을 꼽은 비중은 딸기 농가가 62.8%, 토마토 농가가 54.9%였다. 유지·관리 비용 부담을 지목한 비중도 딸기 16.0%, 토마토 18.5%였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각각 8.2%, 13.9%였다. 스마트팜 확산의 걸림돌이 기술 자체뿐 아니라 투자비와 향후 수익에 대한 농가의 불확실성에 있다는 의미다.

같은 시설원예 작물이라도 딸기와 토마토의 스마트팜 도입 양상은 달랐다.

토마토 농가는 생산과 직접 연결되는 장비를 중심으로 스마트팜 도입이 진행됐다. 구동기 도입 비중이 58.9%로 가장 높았고 양액·관비시설 41.9%, 통합 모니터링과 내부환경 센서가 각각 34.1%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보광등은 8.5%, 자동의사결정 시스템은 7.8%에 그쳤다.

딸기·토마토 스마트팜 시설·장비 도입 현황

딸기는 기초적인 스마트팜 기반부터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양액·관비시설은 47.7%, 구동기는 45.0%가 도입했지만 통합 모니터링과 내부환경 센서는 각각 27.5%, 외부환경 센서는 19.3%에 머물렀다. 보광등과 자동의사결정 시스템도 각각 13.8%, 11.0%에 그쳤다.

앞으로 새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의향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스마트팜 장비를 도입하지 않은 토마토 농가의 도입 의사는 5점 만점에 2.4~2.7점 수준이었다. 딸기 농가는 이보다 낮은 1.7~1.9점에 머물렀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단순히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농가의 실제 도입으로 연결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딸기·토마토 기술 도입률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품목별로 달랐다. 전반적인 신기술 수용 의향은 토마토 농가가 딸기 농가보다 높았다. 두 품목 모두 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지도가 기술 습득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딸기는 주변 농가와 현장 네트워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가가 기술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도입 여부를 좌우했다. 딸기 농가는 기후재해를 직접 경험했거나 시범사업 참여 의향이 있을수록 스마트팜을 도입하려는 의지가 높았다. 토마토 농가는 스마트팜과 기후적응형 품종 모두에서 시범사업 참여 의향이 기술 수용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스마트팜 수용 의향 분석에는 딸기 70농가와 토마토 75농가 등 총 145농가가 활용됐다. 다만 연구진은 관찰자료를 활용한 분석인 만큼 변수 간 관계를 직접적인 인과효과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폭염 등에 견딜 수 있는 기후적응형 품종도 단순히 기후 적응성만 높여서는 농가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는 수량과 상품성, 시장 선호, 재배 난이도 등을 함께 고려해 새로운 품종을 선택했다. 특히 딸기는 새로운 프리미엄 품종의 환경 민감도와 높은 재배 난이도 등이 도입 부담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스마트팜과 기후적응형 품종을 일률적으로 보급하기보다 품목별 여건에 맞춰 지원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딸기는 센서와 모니터링 등 기초 시설을 확충하고 농가의 운영 역량을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반면 시설 기반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토마토는 기존 스마트팜에 고도화 장비를 추가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기후적응형 품종 역시 폭염이나 집중호우 등에 견디는 능력뿐 아니라 재배 편의성과 수량, 상품성 등 실제 농가가 품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를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역 단위 실증·시범사업을 확대해 농가가 기술을 직접 사용하고 효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태현 KREI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 대응기술은 개발 자체보다 농가가 실제 현장에서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며 “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과 현장 중심의 실증·시범사업을 확대한다면 스마트팜과 기후적응형 품종의 보급 효과를 높이고 시설원예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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