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차린 후 공무원 사칭해 돈 뜯어내
경찰-국정원-외교·법무부 범정부 공조 끝
카자흐에 콜센터 차린 지 3개월여만 덜미
중국인 총책이 중국에서 원격 조종·관리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5일 카자흐스탄 당국과 합동 작전을 벌인 결과 알마티 소재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은신처를 적발하고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행동책 역할을 하던 조직원 5명도 붙잡혔다. 현지에서 검거된 피의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에 걸쳐 차례로 국내 송환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작전은 우리 정부가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로 거점을 넓히려던 스캠 범죄 조직의 실체를 최초로 확인하고 원점타격한 사례”라며 “초기 단계에서 타격해 카자흐를 새로운 범죄 거점으로 삼으려던 시도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범죄 조직은 당초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다가 현지 단속이 강화되자 베트남을 거쳐 올해 4월께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갔다. 이들은 알마티 지역에 콜센터를 차린 후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국내 피해자들 16명을 상대로 총 6억여원을 뜯어냈다. 경찰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범죄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이들의 여죄를 계속해서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피해를 많이 입고 사후적으로 조치가 된 반면 이번에는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선제 단속을 했다”며 “제3국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은 추가로 파악해서 각국 당국과 정보를 교환하는 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검거된 카자흐 조직은 중국인 총책이 구성해 관리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국인 총책 2명은 카자흐에 상주하지 않고 범행 환경만 조성한 뒤 중국에서 조직을 원격 조종·관리해 온 것으로 파악된 상태”라며 “수사 자료를 중국 공안에 넘겨서 이들이 중국에서 수사받고 처벌받게 하는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했다.
송환된 한국인 피의자들의 연령대는 20대 3명·30대 10명·40대 1명 등이었다. 여성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남성이었다. 이들은 카자흐에서 새 범죄 조직을 꾸리기 전 캄보디아 등에서 범죄에 가담하며 알고 지냈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점을 옮겨가며 범행을 이어가던 조직을 소탕한 건 범정부 합동 대응의 결과물이다. 경찰청은 이 조직이 캄보디아 등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진출한 정황을 포착했고 국가정보원은 카자흐 당국과 정보협력 채널을 가동했다. 경찰청과 국정원은 카자흐 국가안보위원회(KNB·Kazakhstan’s National Security Committee)와 대테러 등 분야에서 오랜 기간 협력해 온 기반을 토대로 현지에서 공조 작전을 펼쳤다. 외교부는 현장 작전 수행을 지원하고 법무부도 형사사법 국제공조 절차에 착수했다.
TF에 참여한 당국자는 “이번 합동작전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스캠조직이 동남아 지역을 벗어나 제3의 지역으로 근거지를 이동하는 범죄 추세를 확인했다”며 “이들을 즉시 검거함으로써 해당 범죄조직이 카자흐스탄에 뿌리내리는 것을 사전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카자흐스탄에서 펼친 합동 검거 작전은 우리 국민을 노리는 스캠 범죄 조직이 전 세계 어느 곳에 숨어있더라도 끝까지 쫓아가 검거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초국가범죄에 대해서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도 “지구 반대편 아무리 멀고 생소한 지역으로 숨더라도 앞으로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 세워 국민 안전 지킬 것”이라고 했다.
ar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