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상승률 2.6%…2년7개월만 최고
경제성장률 ‘깜짝 성적’에 근원물가도 올라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불안…연속인상 무게
환율은 하향안정화…주식시장 악화도 변수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졌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깜짝 성장’을 기록한 2분기 경제성장률에 이어 근원물가마저 오름세를 키우면서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4일 오전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7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최고가격 인하, 농산물 가격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면서도 ”근원물가는 비용 충격 전이 등으로 내구재가격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상승률이 소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소비자물가는 중동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정부 물가안정 대책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비용충격의 전이, 수요측 압력 확대 등으로 근원 품목들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물가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국가데이터처는 이날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19.7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3.1%) 3%대를 넘긴 뒤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며 6월(2.5%)보다 0.1%포인트 상승률이 더 커졌다. 2023년 12월(2.8%)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이다. 근원물가란 전체 물가상승률에서 농산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지표다. 물가의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지난달 29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신현송 총재는 “근원물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근원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통방)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대표적으로 2분기 경제성장률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들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깜짝 성장’한 데 더해 이번에 근원물가 상승률도 더 커진 만큼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연속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속보치)는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지난 5월 한은이 전망한 성장률(0.2%)보다 세 배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 성장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3%대 연간 성장률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과 가계부채도 여전히 불안한 흐름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7조4287억원으로 6월 말(615조1456억원)보다 2조2831억원 늘었다. 지난해 8월(+3조712억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주택 매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13~22일 전국 16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올해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상반기 설문보다 4%포인트 올랐다.
미국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도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30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3.5~3.75%로 5연속 동결하면서도, 12명 중 3명이 인상을 주장하며 동결에 반대했다. 반대표를 던진 위원들은 FOMC 이후 각각 성명을 내고 “물가상승률이 5년 넘게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을 촉구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기준금리 예측 도구인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3일(현지시간) 기준 64.7%로 동결(35.3%)보다 29.4%포인트 높았다. 한미 금리차 확대 부담을 고려하면 한은이 다음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 선적으로 대응할 여지는 큰 상황이다.
그나마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하락세로 전환한 뒤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환율(주간 종가 기준)은 지난달 초 1554.9원 이후 점차 하락하며 31일(1424원), 이달 3일(1429.8원) 등 연이어 142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불안한 국내 주식시장에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수요 증가 등은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락한 주식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를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떨어진 주가가 민간 소비를 줄여 경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 신 총재는 지난달 통방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주가를 정한다는 평가는 100% 동의하지 않는다. 다른 변동요인도 많다”고 일축했다.
kimsta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