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수유 오피스텔 살인 피의자 범죄 이력 추적
“범죄 누적돼 결국 살인, 재범 관리 체계 짚어봐야”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지난달 27일 마약 투약 첩보를 확인하던 경찰은 CCTV에서 바지에 피를 묻힌 한 남성을 발견했다. 동선을 추적한 끝에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50대 남성을 긴급체포했고 피의자와 함께 올라간 오피스텔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강북구 수유동 오피스텔 살인 사건 피의자 50대 나모 씨는 살인뿐 아니라 마약 투약,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소지, 전자발찌 훼손 전력까지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여러 범죄가 반복되다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다중범죄’ 사례라고 분석한다.
전자발찌 훼손, 마약, 그리고 살인
사건은 살인 신고가 아닌 마약 첩보에서 시작됐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달 27일 나씨의 마약 투약 관련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피스텔 CCTV를 확보했다. 영상에는 나씨가 새벽 시간 바지에 피를 묻힌 채 가방과 수건으로 감싼 물건, 흉기처럼 보이는 도구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담겼다.
성남수정경찰서 수사관은 “영상을 보는 순간 ‘사건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피의자의 동선을 계속 역추적한 끝에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긴급체포했다”고 했다.
경찰은 CCTV를 역추적해 28일 오전 1시42분 서울 강북구 수유동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나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피의자와 함께 오피스텔로 올라가 피해자가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고 사건은 서울 강북경찰서로 넘겨졌다.
체포 직후 현장에서는 마약류 물품이 발견됐고, 나씨에 대한 간이시약 검사 결과 필로폰과 대마 양성 반응이 검출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를 확대해 지난달 31일 경기 파주에 있는 나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범행 관련 물증과 마약 관련 단서 확보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는 2016년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2021년에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 253개를 구매해 소지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에서는 살인혐의와 마약 투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과 압수수색 결과 분석을 통해 피해자와의 관계와 범행 동기를 확인하고 있다.
“범죄가 축적돼 살인으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피의자의 범죄 이력을 토대로 범행이 발생한 배경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특정 범죄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는 다중범들이 적지 않다”며 “이번 사건도 이전의 다양한 범죄가 축적되면서 결국 범죄의 최종 단계인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과가 쌓일수록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정상적인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면서 자신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사회와 여성에 대한 불만,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누적된 상태에서 마약이 범행의 방아쇠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성범죄와 마약 범죄가 모두 충동 조절과 판단 능력의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일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성적 욕구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마약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쳐 판단력과 인지 처리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성범죄자와 마약 사범 모두에게 충동 조절 문제가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 양상을 보면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며 “죄의식이 부족하고 충동 조절이 어려운 상태에서 마약까지 겹치면 강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발찌를 착용할 정도의 성범죄 전력이 있었다면 보호관찰 등 관리가 적절히 이뤄졌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재범 방지인데 결국 살인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교정과 관리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다는 의미”라며 “성범죄 전력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보다 촘촘했다면 범행 위험을 낮출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약은 환각과 공격성을 높여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의 실행 가능성과 잔혹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ookapook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