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유림핑’서 김부장 ‘박진철’까지

배우 윤경호, 무명생활 딛고 출연작마다 흥행

SBS ‘김부장’ 최종회서 23% 시청률 기쁨 더해

원작서 탄탄한 팬덤 확보한 ‘캐릭터’ 구현 주력

“누군가에 반가운 존재 될 수 있어 너무 좋아”

‘배우님 연기 좋아요’ 펜레터 얘기중 끝내 눈물

배우 윤경호가 출연작마다 인기를 얻으며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고 있다.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 최종회 시청률이 23%를 기록하며, 뭘 해도 다 되는 ‘윤경호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SBS 드라마 ‘김부장’의 한 장면.  [SBS 제공]
배우 윤경호가 출연작마다 인기를 얻으며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고 있다.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 최종회 시청률이 23%를 기록하며, 뭘 해도 다 되는 ‘윤경호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SBS 드라마 ‘김부장’의 한 장면. [SBS 제공]

지난해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유림핑’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윤경호는 그때가 배우로서 자신의 ‘정점’이라고 생각했다. 조·단역을 오갔던 오랜 무명의 시간을 지나 깜깜한 터널을 막 벗어난 그는 “이 정도면 됐다”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하지만 20여년 가까이 묵묵히 쌓아온 내공은 그를 더 이상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만히 두지 않았다. 영화 ‘좀비딸’(2025)이 소위 ‘대박’이 났고, 당시 영화 홍보차 출연한 유튜브를 계기로 예능인으로서까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뭘 해도 다 되는 ‘윤경호의 시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호평 속에 종영한 데 이어, 25일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에서는 소지섭, 최대훈과 뜨거운 브로맨스를 선보이며 SBS 드라마 새 흥행 역사의 주역이 됐다. 누군가가 잘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이다. 더구나 그 누군가가 인간적이고, 연기에 진심이며, 유난히 따스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응원하고 싶어진다. 윤경호는 그런 사람이다.

“한동안 ‘김부장’ 앓이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 시간이 거품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교만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본분을 되찾으려 하고 있어요.”

“원작과 싱크로율 부담…액션으로 ‘힘순찐’ 표현”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최근 종영한 ‘김부장’에서 ‘박진철’ 역을 연기한 윤경호를 만났다. 유난히 기다려졌던 그와의 만남은 예상대로 여백 없는 수다로 가득 찼다. “제가 말이 좀 길어요. 너무 길면 잘라주세요.” 서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시작으로, 그렇게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어렵게) 끝이 났다.

최종회 시청률 23%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김부장’은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한 ‘김부장’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액션 드라마다. 극 중 특수부대 출신 박진철은 김부장의 전우이면서 조력자로,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성한수(최대훈 분)와의 쉴 틈 없는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극에 유쾌함을 더하는 캐릭터다.

책임감과 의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결코 만만치 않은 아저씨. 하지만 이미 원작 웹툰을 통해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박진철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는 일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기골이 장대하고 근육질인 원작 캐릭터와 푸근한 아저씨 그 자체인 윤경호 사이의 ‘싱크로율’ 문제부터 풀어야 했다. “삼촌, 박진철은 진짜 잘해야 해요”라는 친구 아들의 응원 같은 경고가 그를 긴장케 했다.

“20~40대 남성분들이 박진철을 엄청 좋아하시는 걸 보고 ‘이거 큰일 났다’ 싶었죠. 그런데 지금 당장 제가 박진철처럼 몸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액션으로라도 ‘힘순찐(힘을 숨긴 진짜)’의 진가를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안경 쓴 아저씨를 무시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세다는 걸 액션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하나하나에 진한 타격감을 살리고자 했죠.”

그가 유독 이 작품에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지섭, 최대훈과 함께 마음껏 애드리브의 향연을 펼쳤던 현장에 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장면이 애드리브로 채워졌다. 이승영 감독은 캐릭터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배우들에게 상황에 맞는 연기를 자유롭게 펼칠 것을 주문했고, 남대중 작가 역시 각자의 캐릭터성에 맞게 판을 깔아주었다. 모두의 지원 속에 세 배우는 거침없이 촬영 현장을 누볐다.

오디오를 비집고 들어오는 애드리브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액션 속 라이터 신 등 여러 장면이 배우들의 제안으로 완성됐다.

“소지섭 형님은 ‘군함도’에서 인연이 있고, 최대훈 배우도 ‘외계+인’과 드라마 ‘자백’을 함께하며 친하게 지내온 사이예요.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이번처럼 즉흥극에 가까운 열린 상황에서 애드리브로 쭉 달려본 건 처음이었죠. 자유로운 판에서 우리 셋이 놀아본다면 어떤 시너지가 날까 기대가 컸죠.”

“‘누군가의 산타’가 될 수 있어 행복해”

잘된다 잘된다 했더니, 계속 잘된다. ‘김부장’ 이전에도 윤경호는 ‘중증외상센터’ 이후 지금까지 스크린과 안방을 넘나들며 열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계속 잘되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기대 이면에는 그로 인한 부담도 있다. 하지만 얼굴을 알리면서 누군가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사실은 그를 쉬지 않고 앞으로 달리게 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윤경호는 ‘누군가의 산타’가 됐을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이웃 아빠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회사까지 태워다줬다는 에피소드를 빼먹지 않고 전하며, 남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는 저한테 생긴 이런 관심을 혼자 즐길 때가 참 좋아요. 지쳐 보이는 모습으로 걸어가는 분이 있으면 슬쩍 뒤로 가서 먼저 아는 척하고, 먼저 사진도 찍어드리고 그래요. 예전 같으면 이런 행동이 오해를 사거나 반감을 살 수도 있었지만, 유명해지면서 누군가에게 반가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제가 받은 사랑에 보답할 때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죠.”

최근 그는 유튜브 예능 ‘핑계고’를 통해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너무 말이 많은 사람)’다운 면모를 뽐내며 예능인으로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지훈, 김남길과 함께한 100회 특집은 28일 기준 1770만회라는 기록적인 조회 수를 올렸고, 그 기세를 몰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했다. 최근에는 100회 특집 멤버들이 다시 뭉쳐 라면을 먹는 콘텐츠도 촬영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어느 콘텐츠, 어느 장면에서건 윤경호의 입이 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 단점이라 여겼던 수다스러움도 대중이 사랑하는 그의 모습 중 일부다.

“물론 지금의 수다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캐릭터 선택의 폭이 좁아질까봐 불안한 마음도 있어요. 최근 한 팬분께서 팬레터에 ‘지금까지 배우님의 연기를 좋아했기에 예능 속 모습도 좋아한다’고 써주셨더라고요. 제 이미지를 바탕으로 (연기로) 조금씩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성장 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잘 성장해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팬레터 이야기를 꺼내던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팬들의 사랑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에 대한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기쁨의 눈물을 뒤로하고,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부지런히 달릴 예정이다.

추석 개봉을 확정한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를 비롯해 김혜윤과 호흡을 맞춘 영화 ‘고딩형사’,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2’, 디즈니+ 시리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으로 쉬지 않고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윤경호는 ‘김부장’ 시즌2에 대한 바람과 각오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부장’ 시즌2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진 체형으로, 강도 높은 액션을 통해 통쾌함을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까지 사랑받고 나니 더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정말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시간을 잘 지나왔잖아요. 그 기적 같은 순간들에 대한 욕심은 조금 내려놓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가보려고요.”(웃음)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