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중동전쟁 이후 모든 경제지표가 굴절되었다. 국제유가, 물가, 주가지수, 환율, 경제성장률 등의 경로를 뒤틀어 놓았다. 특히, 물가상승률의 굴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2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기록한 이후로 안정화되는 흐름을 지속하는 구간이었다. 중동전쟁이 발발하자 국제유가가 치솟고, 이는 물가상승률 지표를 뒤틀어 놓았다. 목표 물가 2% 수준을 밑돌던 소비자물가가 급반등했다. 6월 소비자물가는 3.2%까지 치솟았고, 수입 물가는 25.4% 상승하기에 이르렀다.
굴절된 변수는 물가만이 아니다. 중요한 변수인 환율도 뒤틀렸다. 중동전쟁의 여파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현상이 집중되었다. 원달러환율은 1562원까지 치솟았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 불안과 환율 불안을 단번에 치유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낮은 기준금리보다는 높은 기준금리가 물가 및 환율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중앙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한국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를 치유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통화정책은 원래 딜레마 그 자체다. 한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달려가면, 다른 한 마리 토끼와는 멀어지는 법이다. 물가와 환율 등과 같은 가장 약한 고리를 치유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선택하겠지만, 나머지 고리도 허약한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닌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내수경기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제지표를 총량적으로 좋아 보이게 만들 뿐이다. 역대급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지만, 지역 상권의 상인들 얼굴 표정엔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영업이익은 17만 직원들에게 성과급 파티가 될지 모르지만, 2000만 중소기업 직원들은 치솟은 물가에 설움이 가득하다. 높아진 금리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에 이자 부담을 가중한다.
양극화된 부동산 시장은 한국은행을 더 깊은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치솟은 서울 집값이야, 금리 올려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법. 땅 꺼진 듯 떨어진 지방 집값과 넘쳐나는 미분양 주택은 어떻게야 한단 말인가? 금리인상은 중력처럼 작용하여 서울 집값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지방 부동산에는 태풍이 불어닥칠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에 텅텅 빈 상가에는 상인들도, 손님들도 찾는 이 하나 없는데.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직면할 때, 재정정책이 출구를 찾아줘야 한다. 즉, 정부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한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설 때, 정부가 다른 토끼를 잡아주면 된다. 한국은행이 가장 약한 고리에 초점을 둘 때, 정부는 다른 나머지 약한 고리들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나,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정책금리 및 상환 유예와 같은 안전판 마련이 요구된다. 한편, 지방의 상가나 주택 미분양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장기 침체에 빠진 지방 부동산 경기로 인해, 지역 경기 회복에도 걸림돌이 된다.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매수자에게 차별화된 대출금리를 적용하거나, 보유세 등의 세제도 분리될 필요가 있다. 침체 지역의 부동산 매수자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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