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현장 경영…중장기 전략 재점검
브라질 미래차 거점 육성 전략 본격화
BYD 공세 속 현지 맞춤형 전략 강화
SUV·하이브리드·수소 ‘3축’ 전략
i20 앞세워 올해 20만대 판매 정조준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브라질 전략을 전면 재정비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브라질 맞춤형 친환경차, 수소를 세 축으로 브라질을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와 에너지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생산·판매 전략과 중장기 성장 방안을 직접 점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에 맞춰 경제사절단으로 현지를 찾은 가운데 별도로 공장을 방문한 것은 브라질 사업 환경 변화와 미래 성장 전략을 직접 살피기 위한 행보다.
브라질은 현대차그룹의 중남미 핵심 거점이다. 세계 6위 자동차 시장이자 희토류와 흑연 등 핵심 광물을 보유한 자원 강국이라는 점에서 미래차와 에너지 산업의 전략적 가치도 높다. 현대차는 브라질 공장에서 HB20과 크레타, 아이오닉 5 등을 연간 20만대 규모로 생산한다. 브라질 진출 13년 만인 올해 3월 누적 생산 250만대를 돌파했다.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이 같은 성과를 이끈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번 방문의 배경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이 있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 투자까지 확대하며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BYD는 브라질 포드 공장을 인수해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5%대에서 올해 상반기 9.1%까지 끌어올렸다.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도 현대차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지난해 중국의 브라질 투자액은 61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응책으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꺼내들었다. 정 회장은 브라질공장 내 중남미 권역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아 연구원들과 만나 “지속가능한 중장기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R&D 기능을 강화하고 파워트레인 현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공장에서 i20와 크레타의 생산 품질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SUV 확대…브라질 맞춤형 친환경차 속도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첫 번째 전략은 SUV 강화다.
브라질 SUV 시장은 지난해 전체 자동차 시장의 43%에서 2030년 51.2%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주력 소형 SUV 모델인 크레타 판매를 강화하는 동시에 2030년까지 다양한 SUV를 선보여 성장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축은 브라질 전용 친환경차다.
브라질은 휘발유와 에탄올을 함께 사용하는 혼합연료차량(FFV)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연료 환경에 맞춘 FFV 기반 하이브리드(FFV-HEV) 전용 파워트레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시스템은 브라질 전용 친환경차로 개발돼 인기 차급인 SUV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전기차 역시 현지 생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브라질은 친환경차 수입에도 35% 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수소 사업까지…브라질을 남미 거점으로
정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수소다.
현대차그룹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연료전지 기술과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유통, 활용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소 상용차와 수소 트램 등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그린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재생에너지 발전소 구축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등과 산학협력도 확대한다.
브라질 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현대차그룹 전략에 힘을 싣는다. 브라질은 ‘국가수소프로그램’을 통해 저탄소 수소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친환경차 투자 기업에는 ‘모베르’ 정책을 통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정책을 활용해 현지 생산과 수소 사업을 함께 확대할 방침이다.
상반기 최대 판매…i20 앞세워 반등 노린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브라질 시장에서 9만6723대를 판매하며 2019년 이후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2.1% 증가한 수치다. HB20 세단과 해치백이 5만9518대, 크레타가 3만5925대를 기록하며 판매를 이끌었고, 브랜드 순위는 5위를 유지했다.
현대차는 올해 6월 생산을 시작한 i20를 앞세워 브라질 B세그먼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여행·리테일·엔터테인먼트 등과 연계한 마케팅을 통해 올해 브라질 판매 20만4000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공장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브라질의 산업 환경 변화와 새로운 경쟁 국면 속에서 여러 도전과 과제가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다음 단계의 성장과 도약이 가능하다”며 “브라질에서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전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브라질 현지 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2년부터 나무 10만 그루를 심는 ‘아이오닉 포레스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이동식 치과 진료 프로그램인 ‘소리소 시다다우’를 통해 지역 주민에게 무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라질공장은 올해 브라질 자동차업계에서는 최근 10년간 유일하게 ‘윤리경영 우수기업’ 인증을 받았고, ‘일하기 좋은 기업’에도 9년 연속 선정됐다. 또 15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을 이어가는 등 현지 대표 제조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