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장마가 끝난 뒤 전국에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폭염 재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는 등 대응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전국 500여 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7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남 하동군의 80대 여성과 전북 김제시의 90대 여성 등 2명이 온열질환으로 추정돼 숨졌다.
올해 5월 15일부터 집계된 누적 온열질환자는 1399명, 추정 사망자는 8명으로 늘었다.
환자는 최근 폭염이 본격화되면서 급증하는 양상이다. 하루 온열질환자는 이달 20일까지만 해도 19명에 그쳤지만 이후 22일 59명, 23일 58명, 24일 56명, 25일 80명, 26일 72명을 기록했다. 최근 닷새 동안 발생한 환자만 302명으로, 전체 환자의 21.6%가 이 기간에 집중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폭염 재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대본을 가동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다. 경주는 39.1도까지 기온이 올랐고 고령 38.5도, 경산 38.4도, 포항 기계면 38.1도를 기록했다. 대구 동구 신암동은 39.2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 곳곳에서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졌다. 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나타난 지역도 많았다.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 누적 온열질환자는 경기 29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159명, 서울 124명, 경남 122명, 전남·광주 116명, 전북 97명 등이 뒤를 이었다.
환자의 77.2%는 남성이었으며 연령별로는 60대(18.4%), 50대(17.4%), 40대(14.5%) 순으로 많았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의 30.2%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21.2%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질환 유형은 열탈진이 59.6%로 가장 많았고 열사병(16.6%), 열경련(12.9%)이 뒤를 이었다.
발생 장소는 작업장 등 실외가 81.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발생 시간은 오전 6~10시가 가장 많았으며, 오후 2~5시에도 환자가 집중됐다.
정부는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홀몸노인과 쪽방 주민, 노숙인 등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냉방물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야외 작업장과 취약 사업장에 대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무더위쉼터 운영시간도 열대야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중대본부장)은 “폭염은 쪽방촌 주민과 홀로 사는 어르신, 야외 근로자 등 취약한 분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오는 재난”이라며 “냉방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열대야에 더 큰 고통을 겪는 만큼 정부는 무더위쉼터 운영 확대 등 촘촘한 보호대책을 시행하고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인명피해 예방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도 햇볕이 뜨거운 낮 시간대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해주시고, 폭염중대경보가 발표된 지역에서는 야외활동을 즉시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는 등 폭염 국민행동요령을 실천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장기화될수록 고령층과 야외 근로자뿐 아니라 건강한 성인도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장 더운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지럼증이나 극심한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체온을 낮추고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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