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브레이커 올들어 일곱 차례 발동

사이드카 41회…역대급 변동성 증시

‘비상브레이크’ 13번중 9번 익일 반등

삼전닉스 등 실적기반, 상승세는 유효

레버리지 제도 개선·증시부양책 주시

코스피지수는 6월 19일 장중 최고점인 9385.59를 찍은 이후 한 달 만에 7000선 아래로 후퇴했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
코스피지수는 6월 19일 장중 최고점인 9385.59를 찍은 이후 한 달 만에 7000선 아래로 후퇴했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변동성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지난해 말 4214.17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19일 장중 최고점인 9385.59를 찍은 뒤, 한 달 뒤 7000선 아래로 후퇴했다. 전고점 이후 장중 최저점은 7월 21일 기록한 6429.03으로, 무려 31.5% 폭락했다.

증시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시장의 안전장치인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도 역대급으로 발동되고 있다.

국내 증시 역사상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단 13번뿐이다. 2000년 유가 급등, 2001년 미 9·11 테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이다.

역사적 위기 상황에서만 터지던 말 그대로 ‘비상 브레이크’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7월 24일 기준) 이 비상 브레이크가 7번이나 가동됐다. 3월 미국-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중동발 유가 급등 영향으로 2번, 6월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반도체주 급락 등으로 3번, 이어 7월에도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로 2번이 추가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3월(미국-이란 전쟁)과 6월(반도체 피크아웃) 각각 1번씩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보다는 약한 조치인 사이드카는 더 빈번했다. 올 들어 코스피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횟수는 무려 41회에 달했다. 국내 증시역사상 전체 발동 횟수 101번 중 약 40%가 올해 집중된 것. 코스닥에서는 올해 25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는데 역사상 109번 중 약 22%에 해당한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쉽사리 매수에 나서는 것도, 매도를 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역대 13번 ‘서킷브레이커’ 중 7번이 올해=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는 언제, 어떻게 발동되는 걸까?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두 장치 모두 주식시장이 급변할 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의 ‘비상 브레이크’로, 더 강력한 장치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하는 경우 투자자들에게 냉정한 투자 판단시간을 주기 위해 시장에서의 모든 매매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998년 12월 7일에 도입됐다. 당시 1997년 외환위기(IMF) 여파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는데 가격제한폭을 상하 12%에서 상하 15%로 확대하면서 투자자 보호장치로 서킷브레이커를 함께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발동되는 단일 단계 구조였다. 이후 2015년 6월 가격제한폭이 상하 30%로 다시 확대되면서 현재의 ‘8→15→20%’ 3단계 체계로 개편됐다. 코스닥시장에는 2001년 10월 15일에 도입됐다.

1단계는 코스피(또는 코스닥)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하고 그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20분간 모든 매매가 중단된 뒤 10분간 단일가 매매로 재개된다.

2단계는 전일 종가 대비 15% 이상 하락하면서 1단계 발동 지수보다 1% 이상 추가 하락(1분간 지속) 시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된다.

3단계는 전일 종가 대비 20% 이상 하락하고 2단계 발동지수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1분간 지속) 시 발동된다. 특히 3단계가 터지면 그날 장은 바로 종료된다.

중요한 점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 모든 거래가 멈춘다는 것. 거래가 모두 중단돼 누구도 사고팔 수 없다. 시장 전체가 ‘올스톱’되는 것이다.

서킷브레이커의 원조는 미국이다.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다우지수 하루 22.6% 폭락)’ 이후 뉴욕증권거래소가 처음 만들었고 효과가 인정되면서 각국에 퍼졌다.

▶‘과속 방지턱’ 사이드카…하루 한 번 울리는 경계 경보=사이드카는 일종의 ‘경계경보’ 성격이 짙다. 정식 명칭은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 일시정지제도’다. 서킷브레이커가 비상 브레이크라면, 사이드카는 속도를 줄이는 ‘과속 방지턱’에 가깝다.

서킷브레이커와 가장 다른 점은 ‘개인투자자’의 멈춤 여부다. 사이드카가 발동돼도 개인투자자들은 매매를 할 수 있다. 기관, 외국인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매매(자동거래)만 잠시 멈춘다. 또 사이드카는 매수·매도 양 방향으로 발동되지만 서킷브레이커는 하락장에서만 나타난다.

사이드카 발동기준은 선물시장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중 직전 거래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의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변동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발동되면 프로그램 매매(기관·외국인이 사용하는 자동 매매)가 5분간 멈춘다. 발동 5분 후 자동으로 해제된다.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6년 11월 25일이다.

코스닥시장에는 비교적 늦은 2001년 3월 5일에 도입됐다. 코스닥의 경우 전일 대비 코스닥150 선물이 6% 이상 변동하고, 코스닥150 지수는 3% 이상 변동한 뒤, 1분간 지속돼야 발동된다. 하루 1번만 발동 가능하며 장 시작 후 5분 동안, 장 마감 40분 전부터는 발동되지 않는다.

매수 사이드카의 경우 주요 산업에서 대형 호재가 발표되거나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 증시가 급등하는 상황에 발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매도 사이드카는 미국 금리인상이나 고용지표 발표가 시장의 예상과 달라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질 때, 전쟁이나 유가급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나올 때 주로 발동됐다.

다만 사이드카가 발동됐다고 시장의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상승장이면 계속 오를 수 있고 하락장이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사이드카는 가격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만 잠시 늦춰주는 역할을 한다.

▶서킷브레이커 울린 다음날은?=과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이후 흐름을 보면 다음날 코스피가 반등한 경우가 많았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흐름을 보인 것이다. 13차례 가운데 다음 거래일 코스피가 상승한 사례는 9차례로, 약 70%를 차지했다.

2001년 9월 12일 다음날 4.97%, 2020년 3월 19일 다음날 7.44%, 올해 3월 4일 다음날 9.63%, 3월 9일 다음날 5.35%, 6월 8일 다음날 8.18% 반등하는 등 급락 직후 기술적 반등이 나타난 사례가 다수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서킷브레이커 다음날 오히려 하락하거나 반등폭이 약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6월 26일 발동 다음 거래일에는 -0.20%, 7월 7일 이후엔 -5.35%를 기록했다. 7월 13일 발동 이후엔 상승폭이 0.73%에 그쳤다.

코스피가 올해 전례 없이 급등함에 따라 투자심리 위축이 더 거세지고 있고,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신용거래 반대매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외국인투자자의 이탈 등이 겹치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코스피를 지탱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는 상황이라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면은 닷컴버블 붕괴, 금융위기, 코로나 국면과 비교할 만큼의 극단적 불확실성을 반영할 상황은 아니다”며 “특히 펀더멘털 및 밸류에이션 고려 시 현재의 지수 급락은 과도한 언더슈팅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는 악재보다 호재에 좀 더 민감한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반도체·대형주 중심의 수급 쏠림은 이익 비중과 실적 가시성을 고려하면 합리적이었으나 상승을 구현한 방식이 개인의 레버리지 ETF 매수와 신용, 외국인의 대형주 매도에 의존하면서 주가 하락 이후 동일한 수급구조가 역방향으로 작동했다”며 “7월에 무너진 것은 반도체의 이익보다 과도하게 쌓였던 레버리지 포지션”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금융위기 수준까지 낮아졌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고려한 상대 밸류에이션에서도 극단적인 저평가 구간에 위치한다”며 “정부의 레버리지 ETF 제도개선과 코스닥 부양의지도 이어지고 있어 현 수준에서는 추가 매도보다 낙폭과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