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美 현지 AI 최강자 릴레이 회동
메모리·파운드리 종합 역량 십분 발휘
반도체 사업 전반 장기 성장 발판 마련
‘ASIC 막후 설계자’ 브로드컴과 동맹 주목
향후 빅테크 자체 AI 칩 추가 수주 기대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부터 기업용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주력 사업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한 차원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4~25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해 브로드컴,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AI 강자들을 연이어 만나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입지를 굳히고 동시에 파운드리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사업 능력을 모두 갖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강점을 십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통해 메모리 고점론 우려를 완화하고, 반도체 사업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브로드컴과 맺은 2000억달러(약 290조원) 규모의 초대형 파트너십은 향후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의 추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으로 꼽힌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에 한창인 가운데 ASIC 설계를 맡은 곳이 바로 브로드컴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학습·추론 속도가 빠르면서 저렴하고 전력 소모는 덜한 자체 ASIC을 개발하기 위해 브로드컴과 손을 잡으면서 엔비디아의 값비싼 AI 가속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앞서 브로드컴은 구글의 자체 AI 칩 ‘텐서처리장치(TPU)’ 7세대 제품 설계 계약을 따냈고, 메타의 ‘MTIA’ 1·2·3세대에 이어 4세대 제품까지 설계를 맡으며 ASIC 시장의 실질적인 막후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브로드컴과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협력을 확대하고, AI 컴퓨팅 시장에서 신사업 기회를 함께 발굴하기로 하는 등 장기 파트너십을 다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메모리를 브로드컴이 설계한 AI 반도체에 공급해 성능 향상을 지원하고, 동시에 2㎚(나노미터) 이하 첨단 파운드리 공정 기술로 만든 AI 반도체를 빠르게 양산해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4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 엔비디아의 신규 AI 추론 전용 칩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를 수주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의 협력을 발판으로 2나노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대만 TSMC가 생산능력 한계에 부딪힌 데다 파운드리 공정 이용가격을 올린 점은 삼성 파운드리에 기회로 꼽힌다.
파운드리 사업을 이끄는 한진만 사장의 행보가 최근 빨라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브로드컴과의 업무협약(MOU) 체결식에 참석한 한 사장은 전날인 23일 ‘엔비디아 대항마’ AMD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어드밴싱 AI 2026’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의 HBM을 공급받는 AMD는 자체 AI 가속기 생산을 놓고도 삼성 파운드리와 협력을 논의할 만큼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아울러 이 회장이 이번에 현지에서 만난 오픈AI와 앤트로픽 역시 삼성전자 메모리 고객사이자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협력 대상이다. 오픈AI는 이미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이 회장과 샘 올트만 최고경영자(CEO) 간의 회동으로 메모리·파운드리를 아우르는 동맹을 약속한 바 있다.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로 잘 알려진 앤트로픽 역시 2나노 공정을 바탕으로 삼성 파운드리와 AI 칩 위탁생산을 논의 중이다. 삼성SDS와는 한국 내 AI 신사업 기회 발굴을 약속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삼성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