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V 가격경쟁 심화에 인센티브 확대

“단기 수익성 양보해도 점유율 확대 필요”

하반기 인센티브 추가 상승 가능성엔 선그어

미국은 HEV 증산…연간 영업익 10.2조 목표 유지

기아 EV 라인업. 왼쪽부터 EV9, EV6, EV3, EV4, EV5. [기아 제공]
기아 EV 라인업. 왼쪽부터 EV9, EV6, EV3, EV4, EV5.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기아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와의 가격 경쟁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기적으로 전기차(EV) 수익성을 일부 낮추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 인센티브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24일 열린 2026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럽 같은 경우에는 중국 업체 대응을 위해서 일부 가격 조정, 인센티브 지원을 했다”며 “당분간은 EV에 대한 수익성을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마켓셰어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은 기아의 전기차 판매 확대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시장이다. 올해 2분기 기아의 서유럽 현지 판매는 15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었다. 같은 기간 서유럽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4.8%였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보다 3배 가까이 빠른 성장세다.

특히, 서유럽 EV 판매는 5만2000대로 1년 전보다 101.5% 증가했고, 서유럽 내 기아 EV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연간 4.2%에서 올해 2분기 5.3%로 확대됐다. 다만 EV2·EV4·EV5 등 대중형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가격 경쟁도 함께 심화됐다.

기아 소형 전기 SUV ‘EV3’ [기아 제공]
기아 소형 전기 SUV ‘EV3’ [기아 제공]

기아는 2분기 인센티브 확대와 가격 조정으로 7230억원의 손익 감소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럽 지역의 대당 평균 인센티브가 전년보다 1000유로(약 167만원) 이상 높아졌다.

김 전무는 “유럽 같은 경우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일정 부분 가격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가격 조정이나 인센티브가 필요했다”며 “상품성 개선이나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인센티브가 추가로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2분기에 이미 연간 판매 전략을 반영해 유럽 EV 인센티브를 높였고, 이를 하반기에도 같은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EV 판매 확대가 전체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기아는 내년 이후 전기차 원가 개선이 본격화되면 하이브리드·내연기관차와의 수익성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는 2분기 국내와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대중형 EV 판매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차종별 판매 구성 변화로 1780억원의 손익 부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북미에서 고수익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가 견조했지만, 국내와 유럽에서 EV2·EV4·EV5 등 대중형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이를 일부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기아의 2분기 글로벌 EV 판매 비중은 지난해 2분기 7.4%에서 올해 13.2%로 5.8%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EV 비중이 11.9%에서 24.5%로 2배 이상 뛰었고, 서유럽에서도 19.5%에서 34.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도 글로벌 기준 14.0%에서 21.3%로 확대됐다.

기아 순수 전기 SUV ‘더 기아 EV5 스탠다드’ 모델 외장 [기아 제공]
기아 순수 전기 SUV ‘더 기아 EV5 스탠다드’ 모델 외장 [기아 제공]

하이브리드차(HEV)가 수익성 방어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전무는 “하이브리드는 전체 마진 중에서 내연기관차 대비 거의 1.5배 가까이 마진이 높은 상황”이라며 “EV가 느는 속도로 하이브리드도 같이 늘고 있고, 하이브리드 마진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전체적인 블렌디드 마진(평균 수익성)은 어느 정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전략도 뚜렷하게 갈린다. 유럽에서는 EV2·EV4·EV5와 PV5 등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중국 브랜드에 맞서고,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SUV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증산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투입이 하반기 핵심 변수로 꼽혔다. 김 전무는 “미국에서는 현재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를 증산하고 있고, 하반기부터는 증산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텔루라이드 X라인, X프로, 하이브리드 외관 [기아 제공]
신형 텔루라이드 X라인, X프로, 하이브리드 외관 [기아 제공]

기아는 하반기 연간 목표 달성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김 전무는 “올 초 인베스터 데이 때 언급했던 도매 판매 335만대, 소매 331만대, 목표했던 영업이익 10조2000억원 달성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하반기에는 전년 대비로도 약 10%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반기 수익성 변수로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 인센티브가 꼽혔다. 다만 기아는 원자재 가격 부담도 내부 원가 개선과 비용 절감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무는 “원자재가 상승을 그냥 환율 상승분으로 상쇄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부적인 고정비 절감, 원가 개선 노력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이게 회사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일 마티 켐프 여사와 브라이언 P.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탑승한 첫 번째 HMGMA 생산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자율이동로봇(AMR)에 실려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기아 제공]
지난달 3일 마티 켐프 여사와 브라이언 P.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탑승한 첫 번째 HMGMA 생산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자율이동로봇(AMR)에 실려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기아 제공]

기아는 컨퍼런스콜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와 로보틱스 사업 방향도 언급했다. 기아 측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관련 데이터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향후 데이터센터를 그룹 차원의 공동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아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3조370억원, 영업이익 2조62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9% 감소했다. 판매대수는 도매 기준 85만1639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전동화 차량 판매는 실적을 떠받친 핵심 요인이었다. 2분기 전동화차 판매는 29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고, 판매 비중은 35.3%로 확대됐다. EV는 11만대, HEV는 17만8000대가 팔렸다.

영업이익률은 8%로 전년 동기보다 낮았지만,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 반영된 지난해 3분기 5.1%를 저점으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