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자발적 공시 결정요인 첫 실증분석
자산 하위 20% 공시율 0%…국민연금 투자·탄소규제 노출 기업 공시 적극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7회계연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무공시 시행을 앞두고 기업 간 ESG 공시 준비 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하위 20% 기업의 자발적 ESG 공시율은 0%에 그친 반면 상위 20%는 76.2%에 달했다. 이에 의무공시가 본격화되면 공시 역량이 부족한 중소 제조기업이 새로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 만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ESG공시, 누가 왜 하는가: 자발적 공시의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의 ESG 자율공시는 2021년 78개사에서 지난해 225개사로 늘었다.
하지만 전체 상장사 대비 공시율은 27.5% 수준에 그쳤고, 분석 대상인 코스피 상장사 801곳 가운데 실제 ESG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시한 기업도 222곳(27.7%)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자율공시 증가세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기업 간 격차는 자산 규모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자산 규모 하위 20% 기업의 ESG 공시율은 0%였고, 2분위 4.4%, 3분위 15.6%, 4분위 42.5%로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공시율도 높아졌다.
반면 자산 상위 20% 기업의 공시율은 76.2%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이 59.6%로 가장 높았고 기타 업종은 31.6%, 제조업은 22.5%에 그쳐 전체 평균(27.7%)을 밑돌았다.
이는 ESG 공시가 단순한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ESG 공시를 위해서는 전담 인력 확보와 데이터 구축, 내부 관리체계 정비 등 상당한 비용과 역량이 필요한 만큼 공시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기업의 ‘나이’도 변수였다.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수록 기존 재무공시 체계가 고착화돼 ESG 공시 체계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업력 23년 미만 기업의 ESG 공시율은 41.5%였지만 업력 64년 이상 기업은 22.6%에 그쳤다. 특히 업력이 길고 규모가 작은 제조기업이 ESG 공시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분석됐다.
어떤 기업이 ESG 공시에 적극적인지도 실증 분석했다.
코스피 상장사 801개사를 대상으로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기업 규모와 국민연금 투자 규모, 배출권거래제(ETS) 및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여부는 ESG 공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특히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눈에 띄었다. 국민연금 투자 규모가 클수록 ESG 공시 확률이 높았는데, 이는 단순한 지분 보유보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ESG 공시를 유도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ETS와 CBAM 적용 대상 기업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어 공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글로벌 규제 대응 필요성이 큰 만큼 자발적 공시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희 예정처 산업자원분석과 분석관은 “ESG 의무공시 제도 운영 과정에서는 자산 규모뿐 아니라 ETS·CBAM 등 탄소규제 노출 여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자산 2~5조원 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ESG 컨설팅과 파일럿 테스트를 업력이 길고 규모가 작은 제조기업까지 확대해 준비 기간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활동 역시 기업의 ESG 공시를 유도하는 정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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