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에 시작된 불 가까스로 진화
소방과 경찰 합동 감식 사전 작업 돌입
인근 상점가는 휴업, 주민들 임시대피
전문가 “물류시설 특화 시설 강화해야”
쿠팡 “입점 업체 전액 손실 보상 계획”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발생 약 110시간 만에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가 완전 진화됐다. 총 8층 건물 중 6층에 적재된 생활용품에 불이 붙자 농연(짙은 연기)과 고열이 발생했고, 내부 진입이 어려워 진화에 긴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화재 확산을 조기에 막을 수 있는 물류창고형 스프링클러 미설치도 화재를 키웠다.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전문가는 물류센터의 구조적 특성상 화재는 빠르게 확산하지만 진화는 어려워 화재 예방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0시간 만에 꺼진 물류센터 화재…합동 감식 돌입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23일 “이날 합동 감식 일정 및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사전 회의를 열 계획”이라며 “기관별 일정 조율과 전문적 기술 검토 과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께 시작된 화재는 약 110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꺼졌다.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8시35분께 인천 서해구 쿠팡 32물류센터의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
지난 20일 오후 8시께 초기 진화를 완료한 후 소방관들이 직접 건물 내부로 진입해 남은 불을 껐다. 초기 불길이 잡히자, 소방 당국은 안전진단과 상황판단 회의를 거쳐 지난 21일 오후 6시께부터 6층 내부에 소방관을 투입했다.
6층 잔불 확인을 위해 소방관들은 4인 1조로 총 16명이 교대로 투입됐다. 투입 소방관들이 잔불까지 잡으며 109시간40분 만에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소방 당국은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확한 화재 원인 및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인천경찰청도 경찰관 35명으로 구성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전담팀’을 구성해 화재 발생 원인과 확산 계기를 살펴볼 계획이다.
축구장 4배 면적 화재…인근 주민 대피, 학교는 휴교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는 진화를 위해 나흘간 소방관 등 인력 845명과 펌프차 등 장비 239대가 투입됐다.
화재가 난 32물류센터는 내부 총면적은 2만8000㎡로, 축구장 4배에 달할 만큼 넓다. 또 3단으로 적재되는 창고에 쌓인 생활용품 등이 가연물로 작용하며 짙은 연기가 지속해서 발생해 내부 시야 확보와 진입이 어려웠다.
물류센터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내부 진입이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 내 종이상자, 비닐포장재, 플라스틱 제품, 섬유류 등 다량의 가연물이 선반에 적재된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이 선반을 따라 수직과 수평으로 동시에 확산하며 빠른 속도로 번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류창고는 층고가 높고 선반 사이의 통로가 좁아서 소방대원의 접근이 쉽지 않다”며 “불길이 선반 내부에서 발생하면 적재물이 물을 차단해 충분한 방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내부 진입이 불가능해지자 화재 발생 후 초진까지는 외부에서 소방용수를 뿌리며 진화했다. 소방 고공 사다리차를 이용해 물류센터 근처까지 접근한 후 물을 방사하는 방식이었다.
물류센터 내부에서 발생한 연기는 건물 외부로 뿜어져 나왔다. 물류센터 50m 이내에만 접근해도 목이 칼칼하고 눈과 코가 매울 정도였다.
연기로 인한 피해와 화재 확산 위험으로 인해 주민 대피령도 내려졌다. 화재 현장 반경 116m 이내 주민들은 집을 떠나 인근 학교로 대피해야 했다. 주민 141가구의 215명이 인근 신현초, 신현북초, 신현여중으로 한동안 몸을 피했다.
인근 학교와 어린이집도 여파를 맞았다. 인천 서해구는 “20일 어린이집 총 31곳에 휴원 권고를 했고 14곳이 휴원했다”며 “인근 초등학교 1곳도 휴교했다”고 밝혔다.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 미설치…“누전 차단·스프링클러 개선 시급”
지금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물류창고형 스프링클러가 화재 물류센터에는 없었던 것도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쿠팡 32물류센터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방수량이 부족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등 대형 창고시설 화재가 이어지자 소방당국은 ‘창고시설 화재 안전 성능 기준’을 2024년부터 적용했다. 창고시설 화재 안전 성능 기준에는 ▷방수량이 많은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선반 높이 3m 이하마다 스프링클러 헤드 추가 설치 등 시행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번 화재가 난 쿠팡 인천32 물류센터는 지난 2020년 건축 허가를 받아 의무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는 스프링클러 설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교수는 “선반이 많은 대형 물류센터에서는 적재물이 방수 장애를 일으켜 천장이나 일정 높이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헤드의 물이 화점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적재물의 종류와 높이, 선반 구조 및 화재위험도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선반 내부에도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저장 물품의 위험도와 적재 높이, 선반의 배열과 구조, 천장 높이 및 천장형 스프링클러의 방호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방호방식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화재 원인 차단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류센터에는 자동분류기, 컨베이어벨트, 냉장·냉동설비, 물품 운반용 로봇, 각종 충전설비 등 전기를 필요로 하는 각종 설비가 24시간 가동되면서 과부하와 접촉 불량, 절연열화, 아크(Arc) 등이 발생하기 쉽다”며 “전기설비에 대한 예방 대책부터 강화해야 한다. 아크차단기를 설치하고 콘센트에는 초기 화재를 억제할 수 있는 소화패치를 부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입점 판매자 전액 보상”
쿠팡도 수습 대책을 내놨다. 물류센터 화재로 피해를 본 입점 판매자의 재고 손실을 전액 보상하기로 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화재 조사와 보험 처리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자체 책임으로 판매자 재고 손실을 선제적으로 전액 보상한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번 보상에는 화재 발생 공간의 재고뿐 아니라 불길이 번지지 않은 공간의 재고도 포함됐다. 재고 반출 지연이나 분진으로 인한 손상 등 2차 피해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CFS 측 설명이다.
CFS는 재고 수량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오는 8월 중순께 판매자별 보상 규모·지급 예정일 등을 개별 안내할 방침이다. 판매자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로켓그로스 셀러 전담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1대1 상담도 지원한다.
CFS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판매자분들께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이라며 “현장 수습과 주민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 소중한 파트너인 판매자분들이 이번 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20k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