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야놀자 상대 수수료 반환 소송
법원 2심서도 “청약철회권 편법 회피”
여행 플랫폼 야놀자를 통해 구입한 항공권을 환불할 때 구매 당일까지만 수수료 없이 무료로 가능하도록 한 약관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전자상거래법상 구매 후 7일 이내 청약을 철회할 경우 구매대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므로 야놀자의 해당 약관은 무효라는 취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7부(부장 신교식)는 야놀자 회원 A씨가 “항공권 취소 수수료 9만원을 반환해달라”며 야놀자 측을 상대로 낸 2심 소송에서 지난달 17일 1심과 같이 A씨 승소로 판단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는데, 야놀자는 문제가 된 해당 약관을 변경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 2023년 야놀자 애플리케이션에서 인천-오키나와 왕복 항공권을 30만원 상당에 구입했다. 이후 다음날 오전 11시께 환불을 요청했다. 야놀자 측에선 수수료로 9만원을 부과했다.
야놀자 측 약관에 따른 조치였다. 해당 약관에 따르면 항공권은 구매 당일 밤 11시 50분까지만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 이후 취소할 경우 항공사 요금 규정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놀자 측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A씨는 2024년 9월 전액을 돌려달라며 야놀자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해당 약관은 전자상거래법에 어긋나 소비자에게 불리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놀자 측은 “해당 항공권은 정상가에서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A씨도 혜택을 받았으므로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야놀자는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중개자에 불과하다”며 “전자상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법원은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야놀자의 해당 약관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최근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선고에서 “전자상거래법이 청약철회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거래에서 정보, 경제력, 계약내용 결정 등 측면에서 사업자가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며 “사업자의 적극적인 권유로 충동 구매를 하기 쉬우므로 구매 의사를 다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해당 약관이 유효라면 야놀자 측은 별다른 손해를 입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충동 구매 결정을 숙고하게 한 청약철회권이 잠탈(편법으로 회피)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공권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항공권은 취소일부터 출발일까지 149일이나 남아 있어 재판매가 충분히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야놀자 측의 “중개자에 불과하므로 통신판매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야놀자 앱에는 항공권의 가격과 내용, 계약 내용 등이 모두 나와 있으며 예약 및 대금 결제가 모두 앱 내에서 이뤄진다”고 살폈다. 이어 “A씨는 항공권 구매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항공사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직접 이들과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야놀자는 통신판매업자와 동일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야놀자는 항공권 변경·취소 요청을 항공사로 하는 게 아니라 야놀자를 통해서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2심 재판부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야놀자를 통신판매업자에게 지급하는 대금을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지난 3일 2심 판결로 최종 확정됐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야놀자 측은 ‘구매 당일까지만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는 약관을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안세연 기자
notstrong@heraldcorp.com


